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꼬리 무는 질문으로 '사고력 고리' 만들어라 '생활 속 스토리텔링 수학 교육법'


어떻게 풀었니?" "왜 그럴까?"…
'어수연'(어린이를 위한 수학교육 연구회) 회원 4인이 조언하는 '생활 속 스토리텔링 수학 교육법'
집안 곳곳 살피며 그날 배운 내용 적용… 아이 스스로 문제 풀었다면 적극 칭찬을
초등학교에 '스토리텔링형 수학'이 도입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체험형 수학' '사고력 수학' 등의 간판을 내건 학원에 학부모의 발길이 쏠리고 있다. '(수학적 사고력을 중시하는) 스토리텔링형 수학을 집에서 지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20년 넘게 초등 수학교육을 연구해 온 전공자 모임 '어린이를 위한 수학교육연구회'(이하 '어수연'·키워드 참조) 회원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조금만 신경 쓰면 학부모도 가정에서 얼마든지 수학적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것. 어수연 회원들이 조언하는 '생활 속 스토리텔링형 수학 교육법'을 공개한다.
◇초등 저학년, '구체물' 활용 교육 효과적
스토리텔링형 수학은 체험·탐구 중심의 실생활 연계 교육을 실시, 수학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와 흥미를 높이고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키워주기 위해 도입됐다. 김진호 대구교육대 교수에 따르면 '(사회 변화에 따라 중요해진) 창의적 사고력을 초등생 때부터 길러주자'는 취지로 탄생했다.

"쉽게 말해 '2+3=?'이란 문제의 형태가 '더해서 5를 만들 수 있는 숫자는 무엇일까?'와 같이 변하는 겁니다. 1과 4, 2와 3처럼 답도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어요. 문제가 바뀌면 교육 방식도 자연히 달라져야죠. 특히 '어떻게 풀었니?' '다른 방법으로 풀 순 없을까?' 등의 질문으로 아이의 생각을 다양하게 이끌어내는 의사소통이 중요해졌습니다."

활동·체험형 수학교육의 핵심은 '구체물' 활용이다. 박현미 서울 매동초등 교사는 "아이들에게 숫자 '4'만 가르쳤던 과거와 달리 사과 4개(구체물)가 숫자 '4'와 연결되는 과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수학교육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등 저학년생일수록 구체물 활용 교육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나눗셈을 숫자로만 배운 3학년 아이 중 상당수는 '한 대에 5명씩 탈 수 있는 배에 35명이 타려면 총 몇 대의 배가 필요할까?'란 문제를 받아들고 식(式)만 세우다 결국 풀이에 실패합니다. 반면, 구체물로 수의 개념을 익힌 1·2년생은 나눗셈을 배우지 않고도 바둑돌 35개를 5개씩 나눠가며 정답을 구하죠."

이경호 기자, 염동우 기자
◇"물컵 한 잔에도 수학 개념 녹아 있어요"

'실생활과 수학의 연계'란 개념을 듣고도 일부 학부모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주변 생활 중 어느 것 하나 수학과 무관한 게 없다. 하다 못해 유리로 된 물컵 하나에도 '원(기둥)'과 '부피' 같은 개념이 숨어 있다. 김상근 서울교대부설초등 교사는 "아이가 달라지는 수학에 빨리 적응하길 바란다면 집안 곳곳을 함께 다니며 그날 배운 내용을 적용시켜보라"고 조언했다. '직사각형 넓이'를 배운 날엔 식탁·TV·책 등 집안 모든 물건의 넓이를 구해보는 식이다. 아이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집 식탁 넓이는 얼마일까?' '이런 넓이로 만든 이유가 있을까?' '만약 식탁을 다시 만든다면 식탁 넓이를 얼마로 정하는 게 가장 적합할까?' 등을 아이와 함께 고민한 후 아이 본인의 생각과 이유를 써보게 하는 것이다.

박현미 교사 역시 "아이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져 스스로 자기 주변 곳곳에 있는 수학적 개념을 떠올리게 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식사할 땐 '숟가락 하나에 밥알이 몇 개나 들어 있을까?'라며 개수를 어림하게 한 후 함께 세어보세요. 등굣길이라면 '오늘은 집에서 학교까지 걸음 수를 세어보자'고 제안할 수도 있죠."

수학적 사고력과 언어 능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비결은 적절한 대화, 즉 의사소통에 있다. 따라서 부모는 풀이 과정이나 대안 등에 관한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 박소영 서울 보라매초등 교사는 "아이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계속 표현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고력이 자란다"며 "특히 아이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면 적극적으로 칭찬해주며 자신감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 주어진 문제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을 땐 너그럽게 대처해야 한다. 문장형 문항 풀이를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박소영 교사는 '문제 한 문장씩 끊어 읽으며 생각하기' 방식을, 김상근 교사는 '백지 한 장에 문제 하나 풀기' 방식을 각각 추천했다. '백지 풀이 방식'과 관련, 김 교사는 "시간이 좀 걸려도 재촉하지 말고 기다리면 풀이 결과를 통해 어디서 오류가 생겼는지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아이들은 똑같은 수업을 듣고도 서로 다르게 생각하곤 한다. 일례로 '75+8'을 잘못 계산해 '155'란 오답을 낸 아이는 교사가 아무리 정답('83')을 알려주고 설명해도 좀체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시기엔 복습이 중요하다. 김상근 교사는 "정답을 맞히지 못한 아이도 부모가 '네가 지금 딱지를 75개 갖고 있는데 아빠가 8개를 더 줬다면 몇 개가 될까?'란 질문을 던지며 도와주면 쉽에 답을 구한다"며 "아이가 수업 도중 이해하지 못한 내용과 유사한 상황을 통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조언했다.

김진호 교수는 '엄마(아빠)표 수학 교육'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표현으로 "틀렸어" "빨리 해" 등을 꼽았다. "아이들은 매일 학교에서 새로운 내용을 배우므로 실수와 오답이 잦을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을 나무라는 대신 어디서 실수가 나오는지, 잘못 생각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 바로잡아주세요."

☞ 어린이를 위한 수학교육 연구회
지난 1990년 결성된 서울교대 수학교육 전공자 모임. 초등 수학 교과서 집필·개정 작업과 학교 수업개선지원단 운영에 참여하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엄마표 수학 홈스쿨'(2012) '상위 1% 영리한 수학'(2011) 등의 수학 교육서와 '내 방은 커다란 도형'(2012) 등의 수학 관련 번역서(이상 청어람미디어)를 펴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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