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수박 겉핥기식 수학 선행학습? NO!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자기주도학습’ 필수
얼마 전 어느 중학교 1학년 수학시험에 고1 교과과정에 해당하는 문제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선행학습이 되어 있지 않은 학생들은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한 학부모가 “왜 출제범위가 지금 배우는 교과서의 범위를 벗어나느냐”고 물었지만, 이 학부모는 100점을 맞은 학생도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놀랐다고 한다.

물론 이런 사례는 극히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서 자녀 키우기 어렵다고 하는 첫째 이유가 ‘교육’이란 사실을 확실히 증명해주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만약 비슷한 일이 자신에게 닥친다면 대다수 학부모는 머리로는 ‘선행학습을 해야만 학교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면 공교육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발걸음은 어쩔 수 없이 내 아이의 수학성적을 올리도록 해줄 학원으로 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많은 경우 자녀의 수학교육에 선행학습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는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기보다 좋은 점수를 내기 위해, 결국 좋은 대학에 가려는 목적으로 수학을 배우고 공부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 고교생은 고3 때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집중해야 하므로, 고2 때까지 고교 교과과정을 다 마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하는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고교 입학 전엔 고교과정을, 초등학생 땐 중학과정을 선행학습하는 게 일각에선 당연시되고 있다.

이렇게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이 증가하다 보니 학교 교사가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문제를 진도가 나간 범위 안에서만 출제하면 만점자가 속출하는 등 변별력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신 시험엔 선행과정에 해당하는 고난도 문제가 일부 출제되기도 하고 이 때문에 또 다른 선행학습을 부르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문제는 무조건적인 선행학습이 높은 수준의 사고력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미국 유학을 떠나는 한국 학생들은 수학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인다. 실제로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의 수학성적은 한국 학생들이 월등히 높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면 상황은 역전된다. 사고력 부재로 인한 결과다.

선행학습이 절대적으로 나쁘단 얘긴 아니다. 장점도 많다. 앞으로 배울 내용을 예습함으로써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학습량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현재 진도가 나가는 내용과 선행과정을 병행하느라 공부의 깊이가 얕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당장의 성적 향상을 위해 힘에 부치는 선행학습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봐야 한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다음 단계를 공부한다고 해서 진정한 사고력과 수학 실력이 길러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얕은 실력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차 그 한계가 드러난다.

그렇다면 선행학습의 기대효과를 충분히 얻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자기주도 학습이 필수적이다. 스스로 사고할 때 두뇌가 발달하고 문제해결능력도 기를 수 있다. 어려운 한 문제를 풀기 위해 몇 시간씩 씨름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학생은 융통성이 없거나 머리가 나쁜 게 아니다. 도전정신과 자기주도성이 높은 것이다.

수학은 자기주도성과 성적 간 정비례 관계가 다른 과목에 비해 뚜렷한 과목이다. 성공적인 대입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시간과 노력이 조금 더 들더라도 개념부터 착실히 다지는 원칙적이고 논리적인 학습방식이 필요하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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