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수학 기본은 '사고의 자유'… 숫자서 벗어나라

수학 기본은 '사고의 자유'… 숫자서 벗어나라

수학은 본질·현상 다루는 학문… 현실 반영한 실질적 교육 필요…
과도한 반복·선수 학습 역효과… 수학 즐길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2010년 12월 발표한 OECD 자료에 따르면 2009년 PISA(학업성취도 국제 비교연구) 참가 한국 학생들의 성적은 최상위권이었다. 특히 수학 성적은 1~2위를 다투는 우수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뛰어난 성취도에 비해 선호도는 참가국 중 최하위권으로 나타나 우려를 자아냈다.

서울대 수학과 최영기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한민국은 성공신화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는 짧은 시간 동안 급속도의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이러한 성공신화의 동력 중 하나는 놀라운 교육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가난한 시절 빨리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한 사회의 절대 가치는 속도였다. 교육 현장에서도 당장의 성과를 볼 수 있는 주입식, 암기 위주의 교육이 득세했다. 그 결과 학생들의 성적은 우수하지만 수학 과목을 싫어하는 모순된 결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수학, 잘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 수학 과목의 과도한 선수학습 때문에 대학입시 때까지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구조에 사로잡혀 있다. 그 결과 수학적 사고 기능이 마비되고 자동화된 사고 과정이 몸에 배게 된다. 문제 해결 방법이 일반화돼 자동적, 기계적으로 수학 문제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수학 교육은 현상을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최 교수는 정수로 끊어지는 답, 조작된 데이터와 가상의 데이터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대한민국 수학 교육의 현실을 꼬집는다. "다이빙 선수의 입수각도를 묻는 수학문제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예상하는 수학문제 중 어느 것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까?" 최 교수는 어린 학생들이 재미있는 수학적 현상이 아닌 추상적인 내용만을 반복하다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수학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수학은 본질과 현상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그 기원은 철학과 닿아 있어요.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숫자에 얽매여 공식을 외우고 정형화된 문제 해결 능력을 익히는데 불필요한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 능력이 지난 시대를 끌고 온 동력인 것은 인정하지만,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능력, 창의성
최 교수는 우리 사회가 모방의 시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할 시대에 직면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재능은 창의성이라고 역설한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 연설에서 자신이 재기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저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애플에 대한 열정, 사랑이 동기부여가 됐던 것이죠. 창의력은 애정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수는 없는 것이죠."

최 교수는 이를 위해 학생들이 수학을 즐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강조했다. "현재 입시 과정에서 쏟고 있는 에너지를 대학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수학을 입시도구로 사용하다가 포기해버리지 않도록 즐거운 수학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창의력 신장을 위한 방법을 묻는 질문에 최 교수는 "다양한 사고가 가능하도록 아이들을 풀어주라"고 말한다. 최 교수가 생각하는 수학적 사고의 기본은 자유로움이다. 교과서 안의 숫자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갈래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를 위해 "독서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경쟁을 위한 인재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인한 국가 경쟁력 약화를 지적한다. 최 교수도 이에 동의한다.

"국내에서 경쟁하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학 경쟁력이 낮은 편입니다. 이것은 입시 위주 교육의 산물입니다." 최교수는 이어서 "기초학문이고 도구 과목인 수학에 대한 선호도가 낮으니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이어집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최 교수는 수학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세계와 경쟁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고 대학에서 경쟁하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교수는 학부모의 역할을 강조했다.

"더불어 학부모들의 의식 개혁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인생이 대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어떤 인재로 자라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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