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과학대국이지만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저조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실례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회원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미국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31위에 머물렀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공대가 명문의 반열에 올라 있는 한 유명 대학은 신입생이 들어오면 기초부터 가르치고 있다.
이 학교의 한 교수는 1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공대 학생들에게 전자계산기 쓰는 법부터 다시 가르치고 있다"며 "이 얘기를 하면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서 사실이냐고 되묻지만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과학의 기초인 수학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과 비례해 대학 이공계열과 IT 기업의 기술진은 갈수록 인도, 중국계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특히 인도인이 없으면 미국의 대학 실험실과 기업,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도 헛말이 아니다.
의료 수준이 낮은 미국 남부 지역에선 의료사고를 줄이고자 각종 신체 검사 결과를 먼저 인도에 있는 의사에게 보내 원격 판정 절차를 거치게 하는 병원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 태어난 토종 의료진이 `숫자'에 약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수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는 달나라에 우주선을 가장 먼저 쏘아올린 미국의 일그러진 현실이 반영돼 있다.
미국 학생들이 수학을 못하는 이유가 뭘까?
학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미국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게을리해서 그렇다고 믿고 있다. 이들은 수학 시간과 시험에 전자계산기를 쓸 수 있도록 한 `실용적' 교육 기조도 한 몫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한쪽에선 "쉬운 수학을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학을 못하는 학생을 기준으로 삼아 이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방점을 둔 `하향평준화'가 미국 수학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는 최근, 이를 입증하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사 대상인 미국 전역의 초.중학생 3명 가운데 1명꼴로 수학이 너무 쉽다는 의견을 내놓았다는 것.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학이 너무 쉬운가'라는 질문에 4학년 학생은 37%, 중학교 3학년생은 27%가 `항상' 또는 `자주'라고 답했다.
`전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는 학생은 4학년이 14%, 중학교 3학년은 17%에 불과했다.
미국 초.중학생 10명 중 8명 이상이 수학은 쉽거나 적어도 어렵지 않은 과목이라고 여기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글래디스 커세인트 사우스 플로리다대 수학과 교수는 일간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학생들을 과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면서 이번 조사를 계기로 수학 과목의 난이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로리다주립대의 셸비 위티 교수는 "교과과정에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지겨워하거나 쉽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수학 과목의 내용과 교습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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