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수학은 머리로만 한다?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야죠!

전국 영어-수학 경시대회 수학 초등6-중1 부문 대상 여경환 - 김원현 군성균관대 주최, 동아일보 후원으로 지난달 17일 열린 ‘제20회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 수상자가 발표됐다. 이 중 여경환 군(12·서울 신서초 6년)과 김원현 군(13·서울 대명중 1년)은 해당 학년 수학부문 대상을 차지한 주인공. 90분간 △개념적 지식 △절차적 지식 △추론능력 △문제해결력을 요구하는 30문제를 정확히 풀어내는 게 관건인 시험에서 여 군은 만점을, 김 군은 95점을 받았다. 두 학생은 “따로 경시대회를 준비하기보다는 매일 수학공부를 꾸준히 해 온 게 대상을 탈 수 있었던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단순 계산능력이 아닌 수학적 사고력을 종합평가하는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두 학생은 평소 수학공부를 하며 세 가지 습관을 길렀다고 했다. 》

○머리뿐 아니라 손을 사용하라!
두 학생이 수학문제를 풀 때 공통으로 가지는 습관은 문제 풀이과정을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쓰거나 말해본다는 것이다. 이런 습관은 문제 이해력과 논리력을 키우도록 해준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여 군은 수학문제를 질문해 오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문제풀이법을 설명해주곤 한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한 문제, 여러 도형을 겹쳐놓고 겹친 부분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 등 난도가 높은 문제는 10분 이상 그림을 그려가며 꼼꼼히 설명한다.

“친구들에게 설명해줬던 개념은 확실히 오래 기억에 남아요. 풀이법을 말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도 문제를 논리적으로 정리하게 되고요. 이번 경시대회에서도 예전에 친구에게 설명해 준 수학공식을 활용하는 문제가 나왔는데, 덕분에 비교적 쉽게 풀 수 있었어요.”(여 군)


김 군은 수십 권의 ‘문제풀이 노트’를 갖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수학문제를 풀 때 쉬운 계산은 주로 머릿속으로 암산해 버렸던 그는 중학교 입학 후 학교시험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풀이과정을 상세히 쓰는 서술형 문제에 부닥쳤을 때 머릿속에 있는 풀이법을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했던 것.

그래서 문제풀이 과정을 모두 노트에 기록하는 습관을 길렀다. 작은 계산 하나까지 꼼꼼히 적었다. 틀린 문제는 ‘계산에 착오가 있었음’ ‘문제를 잘못 읽었음’처럼 오답의 이유도 메모해 놓았다.

김 군은 “이런 습관으로 서술형 문제에 자신이 붙었을 뿐 아니라 계산 실수도 줄일 수 있었다”면서 “문제집 이름과 단원명을 함께 써두니 나중에 틀린 문제를 복습할 때도 유용했다”고 말했다.

○시간 감각 익히며 언제나 실전에 대비하라!

시험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는지가 중요한 과목이 수학이다. 여 군은 1년 전까지 시간 배분에 어려움을 겪었다. 과제집착력이 또래에 비해 뛰어난 그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식사를 거르며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이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었다. 3, 4학년 때 출전한 경시대회에선 초반 어려운 문제에 몰두하는 바람에 뒷부분 문제를 거의 풀지 못한 것.

여 군의 어머니 이은경 씨(38·서울 양천구 목동)는 1년 전부터 여 군과 ‘초시계 공부법’을 시작했다. 이 씨는 여 군이 수학문제를 풀기 전 “30문제를 푸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리라 예상하느냐”고 물었다.

문제별 난도에 따라 소요시간을 스스로 예측하고 정한 여 군은 초시계를 맞춰놓고 주어진 시간 안에 푸는 연습을 반복했다. 모르거나 헷갈리는 문제는 일단 건너뛰고 다른 문제를 푼 뒤 다시 살펴보는 습관을 길렀다. 이런 공부법은 경시대회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1시간 반의 시험시간 동안 55분은 문제를 풀고 나머지 25∼30분은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검토 과정에서 두 문제가 틀렸음을 알았어요. 전체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한 문제 한 문제에 지나치게 신경 썼다면 실수를 잡아낼 수 없었을 거예요.”(여 군)

어머니 이 씨는 “아이가 처음에는 힘들어하다가 1년 정도 지나자 시간개념을 몸으로 익히게 됐다”면서 “평소 수학문제를 풀 때도 실전에 대비해 연습을 한 것이 수상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집 밖에서도 수학을 즐겨라!

두 학생은 모두 어려서부터 수학 관련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면서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 왔다.

여 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판타지 수학대전’ ‘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 같은 도서시리즈물을 많이 읽었다. 심심할 때는 빈 칸에 알맞은 숫자를 채워 넣는 ‘스도쿠’ 게임이나 가로·세로·대각선으로 합이 같아지도록 수를 배열하는 ‘마방진’ 같은 숫자 퍼즐을 즐겼다. 여 군은 “얼마 전 책에서 ‘피보나치 수열’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는데 몰랐던 공식을 새롭게 알게 돼 재밌었다”면서 “책에서 읽었던 개념과 비슷하거나 연결된 개념이 수학문제에 나오면 이것이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김 군도 수학 관련 책읽기를 좋아한다. 교과서가 아닌 곳에서 수학이론을 접하면 한층 더 흥미롭다는 것. 독후감도 쓴다. 책의 내용을 요약한 뒤 새롭게 알게 된 수학개념과 더 생각해보고 싶은 문제들을 적는다.

“최근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란 책의 독후감을 썼어요. 책에서 완전수(자기 자신을 제외한 양의 약수를 더했을 때 자기 자신이 되는 양의 정수)와 메르센소수(2P-1의 형태로 표시되는 소수) 개념을 처음 접했죠. 이와 비슷한 내용의 다른 책도 찾아보고 문제집에서 관련 문제도 풀어봤어요. 수학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원리를 배우니 더 재미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아요.”(김 군)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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