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융합형 인재로 키우려면
풀이에서 대화 중심으로 공부법 달라져야
아는 내용 정확히 표현·전달하는 연습을
지난 12일 오후, CMS에듀케이션 압구정센터. 초등 4년생 대상 수학 수업이 한창인 교실 풍경이 좀 이상했다. 칠판엔 그 흔한 수학 공식 하나 적혀 있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곤 자전거 세부 장치별 명칭을 표시한 그림 한 장이 전부였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이정희(32) 교사는 이 그림을 재료로 자전거의 구동 원리를 설명했다. 수업은 시종일관 '질문'으로 이어졌다. 배워야 할 개념과 원리가 질문 형식을 매개로 학습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수업은 총 100분간 계속됐다. 하지만 학생 중 누구도 딴청 피우지 않았다. 또래 아이들이 재밌어할 만한 얘기와 퀴즈 등으로 대부분의 수업이 채워진 덕분이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교사의 질문에 대한 참여도도 높은 편이었다. 조영서(서울 숭의초등 4년)양은 "퍼즐·게임 형식으로 수학을 배워 그런지 전혀 질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윤서(서울 경복초등 4년)양도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단순 계산이 많아 지루했는데 여기선 재밌는 얘길 통해 수학을 익혀 시간이 금세 흘러간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으로 학생들은 자전거의 구조와 구동 원리에 숨어 있는 수학적 원리(비·원주율·원둘레 등)와 과학적 원리(힘과 운동 등)를 한꺼번에 배웠다. 융합형 교육, 즉 '스팀(STEAM)형 교육'〈키워드 참조〉의 적용 현장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STEAM형 교육 확산을 목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국 80개 학교를 'STEAM 리더스쿨'로 선정, 시범 운영 중이다. 올 4월 2일엔 '2012학년도 STEAM 리더스쿨·교사연구회 발대식'도 개최됐다. 내년부터 중등 과정에 도입되는 '스토리텔링 수학' 역시 융합형 교육의 하위 개념이다. 하지만 정작 이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적절한 대비법을 몰라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한태훈 CMS에듀케이션 영재교육연구소장은 "아직은 도입 초기 단계이다 보니 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가르치는 '내용' 자체가 아니라 '방법'이 바뀌는 것이므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융합형 교육 방식 도입 이후 가장 중요해지는 개념은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이다. 한 소장에 따르면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이란 '수학과 관련, 내가 아는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능력'이다. "융합형 교육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교육 방식이 아닙니다. 일부 영재교육원에선 이미 도입, 시행 중인 교육법이에요. 10여 년간의 교육 경험에 비춰볼 때 융합형 교육 방식의 보급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학생의 학습 동기 유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겁니다."
융합형 교육을 영문으로 표기한 것.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예술(Art)·수학(Mathematics)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개별 학문의 경계를 넘어 특정 주제나 과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융합 교육’을 뜻한다.
①일상에서 자주 질문해라―일상에서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요소에 대해 “왜 그럴까?”라고 질문해 아이가 답을 찾고 설명하도록 유도한다. 그 과정에서 사고력과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이 길러진다.
②대답할 때까지 기다려라―아이가 한 문제의 답을 오래 고민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게 중요하다. 답답해하면서 “이렇게 하면 되잖아” 하는 식으로 참견해선 안 된다.
③경험은 다양할수록 좋다―아이에겐 일상의 모든 게 훌륭한 수업 재료가 된다. 특히 자녀가 아직 어리다면 오감(五感) 자극 경험을 자주 제공하는 게 좋다.
④공부, 부모도 함께 해라―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대답하려면 부모도 공부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얼마나 충족시켜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두뇌 계발 정도가 달라진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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