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수학 교육 선진화 방안’에 따라 2학기부터 전국 32개 초중고교에서 선진형 수학교실을 시범운영한다. 내년에 중학교 입학생이 사용할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반영된 인정 수학교과서도 최근 최종 확정됐다. 그동안 ‘수학공식 암기 및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을 지양하고 실생활 속 문제해결 방법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라는 정도로만 알려진 향후 수학교육의 구체적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수학 교육 선진화 방안에 따라 △어떤 수업을 받는지 △학교 내신 평가방식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 개정 수학교과서… 학습량 줄고 스토리텔링식 문제 강화
당장 내년부터 중학교 1학년이 사용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반영된 수학 교과서는 총학습량이 20% 줄었다. 기존 교과서 내용 중 △집합 △십진법과 이진법 △명제와 증명 등 10여 개 수학개념이 빠졌다.
개정 교과서를 살펴보면 단원의 개관, 생각해보기 문제, 탐구과제 등 코너에서 보드게임, 체스, 카드놀이 등을 활용해 수학을 공부한다. 실제로 올해 2학기부터 선진형 수학교실을 시범운영하는 서울 아현중과 인천초은고 등은 이런 수학 교구를 비치해 활용한다. 특히 과학, 역사 등 관련 소재를 수학개념에 적용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중1 ‘통계’ 단원에선 나이팅게일이 전쟁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월별 사망자수를 그래프로 기록해 놓은 것이 간호 업무 개선에 크게 기여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통계의 중요성을 흥미롭게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중1 2학기 과정에서 주로 다루게 되는 ‘도형’ 단원에서는 건물, 도로, 강, 운동경기장 등을 개념설명 및 문제에 적용하기도 한다.
선진형 수학교실 시범학교인 인천성리중 한희경 수학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업 전에 ‘고층건물 하나를 골라 그 높이를 구할 방법을 설명하시오’라는 과제를 내주면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나가 건물 사진을 찍어온 뒤 각종 도형 원리를 적용해 높이를 구하고 그 과정을 친구에게 설명하는 방식의 수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서술형평가, 면접·관찰평가 강화될 듯 바뀐 교과서와 수업 방식에 따라 평가방식은 어떻게 달라질까. 윤경숙 교과부 수학과학교육팀장은 “평가방법이 급격하게 바뀔 가능성은 없지만 수학 교과서와 수업방식이 바뀌는 만큼 단계적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이르면 올해 12월 발표할 수학 평가모델 연구내용에 따르면 달라진 수학교육 평가방식은 크게 수행평가를 통한 평가와 수업 및 과제수행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을 면접·관찰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면접·관찰은 학생들이 개인이나 팀 단위로 장시간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학생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팀원과 소통을 원활히 하는지, 적극적으로 과제 수행에 참여하는지, 협동은 잘 하는지 등을 교사가 면밀히 관찰해 수행평가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내신 지필고사는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까. 예비 중1 학생들이 내년 치를 중간·기말고사에는 기존 서술형평가를 확대 적용한 스토리텔링식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선진형 수학교실을 시범운영 중인 서울 아현중은 올해 1학기 기말고사에서 독일 동화 ‘라푼젤 이야기’를 ‘1차 함수’ 문제와 연계해 출제했다. 라푼젤의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를 고려해 왕자가 마침내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잡을 수 있을지 여부를 밝히고 그 이유를 서술하는 문제였다.
수학 수업과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 속에서 해결할 문제가 있을 때 이에 적용 가능한 수학원리를 설명하면 좋다.
오정택 인천초은고 수학교사는 “달라진 수학교육에 대비한다며 또 다른 문제집을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실생활에서 접하는 사물이나 활동에서 수학원리를 찾아 설명하면서 설명 및 토론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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