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9일 월요일

수학특강 축구공의 비밀(1)

직육면체를 제외한 입체도형에 관한 본격적인 학습은 중등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7-나 (중학교 1학년 2학기) 과정에서 정다면체를 비롯한 입체도형의 측정 및 성질을 수학과정에서는 최초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초등 영재교육원 시험에서는 거의 출제되지 않는 편이다. 또한 중등 영재교육원도 많은 영재교육원이 초등 6학년을 대상으로 하여 선발하기 때문에 중등 과정인 입체도형 부분을 출제하지 않는다. (많은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은 초등 6학년 말에 중등 과정 대상자를 선발하고, 교육청 영재교육원도 서울을 제외하면 초등 6학년 말에 중등 과정을 선발한다.)

그런데 입체도형 중에서 유독 축구공에 대해서 많은 대학 부설 초등영재교육원에서 선발시험의 문제로 내 놓았다. 그 중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2004년 서울교대 영재교육원 2차 시험에 나왔던 문제이다.

[2004년 서울교대]



다음 축구공의 꼭지점, 모서리, 면의 수를 각각 구하시오.

우리나라가 축구라면 모두가 열광하는 스포츠라서 그런지 아님 축구공 소재가 아주 실생활에서 수학의 원리를 적용하는 중요한 사례가 되어서인지는 몰라도 이 축구공 문제는 많은 수학이야기에 실려 있고, 영재교육원뿐만 아니라 기타 주요한 시험에 자주 출제된다. 이번 호에서는 이 축구공에 대해서 심도 있게 파헤쳐 볼 것이다.

플라톤의 입체

축구공에 대해서 알아보기 이전에 우리는 먼저 정다면체를 알 필요가 있다. 정다면체란 각 면이 합동인 정다각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꼭지점에서 만나는 면의 개수가 같은 도형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정육면체는 각 면이 정사각형으로 되어 있고 한 꼭지점에서 만나는 면의 개수가 3개인 정다면체이다. 정다면체는 플라톤의 입체라고도 불리는데 다음과 같이 다섯 개의 입체도형밖에는 없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이 다섯 가지 정다면체에 매우 특이한 의미를 부여했다. 플라톤은 이 세상은 네 가지 원소 즉 물, 불, 흙, 공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네 가지 원소는 모두 작은 입체들의 집합체라고 하였고, 세계는 완벽한 입체만으로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원소들은 모두 정다면체 꼴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가볍고 날카로운 원소인 불은 정사면체, 가장 안정된 원소인 흙은 정육면체, 가장 유동인적 원소인 물은 쉽게 구를 수 있는 모양의 정이십면체, 정팔면체는 마주보는 두 꼭지점을 잡고 돌릴 수 있으므로 공기의 불안정성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정십이면체는 우주 전체의 형태를 나타낸다고 하였다.

이러한 플라톤의 주장 때문에 정다면체는 플라톤의 입체라 부르기도 한다. 지금 우리 시대의 눈으로 보면 허황되고 기묘한 이야기로 들릴지 몰라도 서양에서는 17세기까지도 이 주장은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또한 몇 년 전에는 플라톤의 입체를 소재로 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제 5원소라는 영화가 국내에 상영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정다면체는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 5가지뿐일까? 5개의 정다면체는 고대 그리스에서 발견되었고 또 5개밖에 없다는 사실도 역시 고대 그리스에서 증명되었다.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다’ 라는 말로 유명한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에 그것이 아주 잘 증명되어 있다. 이제 정다면체가 5가지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보자.

정다면체란 이미 언급했듯이 모든 면이 정다각형인 합동인 도형으로 되어 있고, 한 꼭지점에 모인 면의 수가 같은 도형이다. 첫째 번으로 정다각형 중에서 가장 변의 개수가 작은 정삼각형을 써서 정다면체를 만들어 보자

한 꼭지점에 정삼각형을 2개 모으면 결코 입체도형을 만들 수 없다.





2개의 정삼각형은 결국 겹쳐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어떤 정다각형도 마찬가지이다. 한 꼭지점에 정다각형을 2개 모아서는 결코 입체도형을 만들 수 없다.

한 꼭지점에 3개의 정삼각형을 모은 후 아래 그림과 같이 두 점을 연결하면 오른쪽 그림과 같은 모양이 나오게 된다.



밑면에 정삼각형 하나를 붙이면 정사면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한 꼭지점에 3개의 정삼각형을 모으면 면이 3개인 정사면체가 만들어진다.

이번에는 한 꼭지점에 4개의 정삼각형을 모아 보자.






밑에도 같은 방식으로 한 꼭지점에 4개의 정삼각형을 붙이면 다음과 같이 정팔면체가 만들어진다.






같은 방식으로 한 꼭지점에 정삼각형을 5개씩 붙이면 정이십면체가 만들어진다.






한 꼭지점에 정삼각형을 6개 붙이면 어떻게 될까?
다음과 같이 평면이 되어 버려 입체도형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정삼각형의 한 내각의 크기가 60˚이므로 한 꼭지점에 정삼각형이 6개가 모이게 되면 6×60˚=360˚가 되어 평면이 되므로 입체도형을 만들 수 없게 된다.

한 꼭지점에 정삼각형을 7개 붙이면 평면 안쪽으로 들어가 오목한 모양이 만들어진다.

즉 7개 이상 붙일 때에는 오목한 모양이 되므로 더 이상 정다각형을 만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삼각형을 붙여서 만들 수 있는 정다면체는 한 꼭지점에 정삼각형을 3개 붙인 정사면체, 한 꼭지점에 정삼각형을 4개 붙인 정팔면체, 한 꼭지점에 정삼각형을 5개 붙인 정이십면체 3가지가 만들어진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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