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기와 입체도형의 외각
지금까지 우리는 정다면체의 탐구를 통해, 면의 개수를 알고, 모양을 알 수 있을 때(한 꼭지점에 모이는 면의 개수) 모서리 및 꼭지점의 개수를 구하는 원리를 다루었다. 축구공의 모서리, 꼭지점의 개수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면의 개수와 모양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좀더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축구공이 어떤 원리로 나왔는지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구는 전개도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구의 형태인 공 모양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고안되어져 왔고 그것은 그림과 같은 여러 가지 공 모양으로 나타났다.
위의 여러 가지 공 중에서 축구공은 정다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변의 길이가 같은 정오각형과 정육각형을 변끼리 붙여 만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보자. 다음 두 정다면체인 정십이면체와 정이십면체는 어느 것이 더 잘 굴러갈까?
면의 개수가 많은 정이십면체가 더 둥근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 모양을 보면 정십이면체가 더 둥근 것 같기도 할 것이다. 어찌 할 도리 없이 만들어서 굴려 보는 방법 외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굴려 보지 않고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음은 정오각형, 정육각형, 정팔각형, 정십각형이다.
바퀴 모양으로 만들어 굴린다면 어느 것이 잘 굴러갈까?
우리는 의심 없이 정십각형이 가장 잘 굴러간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우리는 원이 가장 잘 굴러가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고, 원에 가까운 모양일수록 더 잘 굴러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을 우리가 알고 있는 각의 개념을 이용하여 좀더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보자.
다각형에서 한 변과 그것에 이웃한 변의 연장선이 이루는 각을 외각이라 한다.
위의 그림에서 외각을 잘 살펴보면 외각의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더 잘 구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외각의 크기를 알아보면, 정삼각형의 한 외각의 크기는 120도이고, 정사각형의 한 외각의 크기는 90도이다. 정오각형의 한 외각의 크기는 정오각형의 한 내각의 크기가 108도이므로 180-108=72(도)가 된다. 정육각형의 한 외각의 크기는 정육각형의 한 내각의 크기가 120도이므로 180-120=60(도)가 된다. 정팔각형의 한 외각의 크기는 정팔각형의 한 내각의 크기가 135도이므로 180-135=45(도)가 된다. 즉 변의 개수가 많은 정다각형일수록 한 외각의 크기가 작게 되고, 외각의 크기가 작을수록 더 원의 모양에 가깝게 되는 것이고, 더 잘 구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정다각형에서 한 외각의 크기는 도형의 둥글기의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평면도형에서 외각의 크기가 둥글기의 기준이라면 입체도형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지 않을까?
입체도형에서도 마찬가지로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입체도형에서 한 꼭지점에 모인 면들을 폈을 때, 남는 부분의 각을 입체도형의 외각이라 한다.
정이십면체의 한 외각의 크기를 구하면 정삼각형의 한 내각의 크기가 60˚이므로 360˚-(60˚×5)=60˚ 이고, 정십이면체의 한 외각의 크기를 구하면 정오각형의 한 내각의 크기는 108˚이므로 360˚-(108˚×3)=36˚ 가 된다.
따라서 정십이면체가 정이십면체보다 한 외각의 크기가 작으므로 정십이면체가 더 둥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도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의 한 외각의 크기를 각각 구해보고, 어떤 것이 더 잘 구를 수 있을 것인가를 알아보기 바란다.
축구공의 원리그렇다면 정십이면체보다 더 둥글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가 그냥 보기에도 정십이면체는 그리 둥글지 않다. 둥글게 하기 위해서는 외각의 크기를 더 작게 해야 한다. 정다면체를 만들 때 정육각형 3개를 붙이면 외각의 크기가 0이 되어 입체도형을 만들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3개의 정육각형 중에서 하나를 정오각형으로 바꾸어 넣으면 어떻게 될까?
사실은 이렇게 만든 것이 바로 축구공이다. 축구공은 꼭지점 하나에 정육각형 2개, 정오각형 1개를 붙여서 만든 입체도형인 것이다. 따라서 축구공의 한 외각의 크기는 360˚-(120˚+120˚+108˚)=12˚ 로 정이십면체보다 훨씬 더 둥근 모양이 된다. 한편 축구공은 정다면체는 아니지만 각 면이 정다각형으로 되어 있고, 한 꼭지점에 붙은 면의 개수와 붙은 모양이 같다. 축구공은 정다각형을 써서 만들 수 있는 가장 둥근 모양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축구공과 같이 각 면이 정다각형으로 되어 있고, 한 꼭지점에 붙은 면의 개수와 붙은 모양이 같은 도형을 ‘준정다면체’라고 한다. 준정다면체는 모두 13개가 있는데 아르키메데스에 의해서 처음으로 언급되었기 때문에 이들 다면체들을 <아르키메데스의 입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아르키메데스의 원 저서가 소실됨으로 인해서 아르키메데스의 입체는 그 구체적인 모양을 알 수 없었지만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점차 이들 입체를 복원하였는데 마침내 1619년 케플러에 의해서 완전하게 복구되었다고 한다.
축구공의 면, 꼭지점, 모서리의 개수
우리는 축구공이 만들어진 원리를 통해 한 꼭지점에 2개의 정육각형과 하나의 정오각형을 붙여 만든 입체도형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흔히 축구공을 정이십면체의 꼭지점을 잘라서 만든 도형이라고 한다.
정이십면체의 꼭지점은 12개이므로 12개 꼭지점을 자른 면은 정오각형이 되고, 원래 정삼각형 모양이었던 20개의 면은 정육각형으로 되어, 축구공의 면은 정육각형인 면이 20개, 정오각형인 면이 12개로 모두 32개의 면으로 되어 있다.
면의 개수만 알면 나머지 꼭지점과 모서리의 개수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꼭지점의 개수는 정육각형의 각 면에는 6개의 꼭지점이 있고, 오각형의 각 면에는 5개의 꼭지점이 있고, 한 꼭지점에 3개의 면이 붙어 있으므로 {(정육각형 면의 개수)×6+(정오각형 면의 개수)×5}÷3=(20×6+12×5)÷3=60 (개)임을 알 수 있다.
또 모서리의 개수는 한 꼭지점에 3개의 모서리가 있으므로 (꼭지점의 개수×3)÷2=60×3÷2=90(개) 임을 알 수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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