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임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있었다. 여러 가지 증거를 근거로 혐의자는 A, B, C, D, E로 좁혀졌다. A, B, C, D, E 중 한 명이 범인이고, 그들의 진술은 다음과 같다.
A: 나는 훔치지 않았다. C도 훔치지 않았다. D가 훔쳤다.
B: 나는 훔치지 않았다. D도 훔치지 않았다. E가 진짜 범인을 알고 있다.
C: 나는 훔치지 않았다. E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D가 훔쳤다.
D: 나는 훔치지 않았다. E가 훔쳤다. A가 내가 훔쳤다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다.
E: 나는 훔치지 않았다. B가 훔쳤다. C와 나는 오랜 친구이다.
각각의 혐의자들이 말한 세 가지 진술 중에 두 가지는 참이지만 한 가지는 거짓이라고 밝혀졌다. 지갑을 훔친 사람은 누구인가?
① A ② B ③ C ④ D ⑤ E
위 문제는 수학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추론 문제이다. 세 가지 진술 중 두 가지는 참이고 한 가지만 거짓이라는 조건에 따라, A의 진술 세 가지를 각각 참-참-거짓, 참-거짓-참, 거짓-참-참의 경우로 따져 모순을 따져 본다면, A의 진술만을 통해서 적어도 A, C, D는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다.
수학은 분명 교과서 밖에서도 통하며 위력을 발휘한다. 법관이 주어진 상황을 바탕으로 이치를 따져 검증하고 결론을 내리는 일련의 사고 과정이 뛰어나지 않다면 법정에서 올바른 판결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추론은 모든 학문 연구의 기본 방법이지만 수학처럼 분명하거나 잘 형성되어 있는 학문은 없다. 수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수학적 추론 능력과 관련된 문제는 초·중등 영재교육원 대상자 선발 과정은 물론 대학 진학을 위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 검사의 주요 출제 유형이며,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구술문제 방식 중 하나이다. 학생들은 왜 이런 유형이 낯설고 어려울까?
그 이유는 첫째 자신의 머리로 스스로 논리를 수립해야만 해결되는 방식의 문제 해결 방법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설의 논리적인 타당성을 추정하고 증명하는 것은 수학을 행하는 창조적 행위의 본질이다. 경제학의 법칙이나 과학 속의 수학도 결국 현상에 대한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해결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림1>
<그림2>
20세기 후반부터 학생들의 수학 교육에서 창의력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정보화 사회의 기술 발전과 돌발성이 이전 산업사회의 방식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인, 혹은 사회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에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 교육의 화두가 된 것이다.
따라서 영재교육원을 비롯한 여러 교육기관들이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영재성 검사와 창의적 문제 해결력 검사, 구술시험을 도입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 셈이다. 그 둘째 이유는 논리적 추론의 발달은 학생들의 지적 및 언어적 발달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적 발달이 구체적 조작기에 있는 초등학생 시기에는 형식적인 추론과 추상화를 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지적 발달이 빠른 학생들은 초등단계에서도 논리적 추론 과정을 매우 흥미있어 하며 논리적인 사고 훈련이 되면 능숙하게 문제를 해결해 낸다.
LEET 문제와 비슷한 유형의 와이즈만 5학년 수학 문제를 살펴보자.
[말 속에 숨은 뜻 찾기]
경진, 지원, 창민, 경아, 현정이는 오늘 수학 시험을 보았습니다. 수학 시험을 성적순으로 늘어놓고 다음과 같이 각각 두 가지씩 이야기를 했습니다. 두 가지의 이야기 중 한 가지는 진실이고 다른 한 가지는 거짓입니다. 점수가 제일 잘 나온 학생은 누구입니까?
경진: 나는 세 번째로 점수가 높고, 창민이는 두 번째로 점수가 낮습니다.
지원: 나는 세 번째로 점수가 높고, 경아는 두 번째로 점수가 높습니다.창민: 내가 제일 점수가 높고, 경진이는 두 번째로 점수가 낮습니다.
경아: 나는 두 번째로 점수가 높고, 경진이가 제일 점수가 높습니다.
현정: 나는 두 번째로 점수가 낮고, 경아가 제일 점수가 높습니다.
그렇다면 아주 어린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추론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규칙을 찾아보고, 그 규칙의 관계성을 생각해 보는 활동은 어릴 때부터 추론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수학 활동이다.
다음은 와이즈만 1학년 수학문제로 빨랫줄을 이용한 논리 게임 활동의 예이다. <그림 1>
→ 빨랫줄에 널려 있는 옷들을 사진으로 찍은 후 사진들을 보고 널려 있는 옷들의 순서를 논리적으로 추론하여 결정해 보는 활동입니다. 학생들은 상황을 생각하며 전후 사진의 관계를 파악하고 자신이 가진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여 옳은 결론에 이르도록 합니다.
위 문제의 사진을 보고 학생과 어떤 규칙이 발견되는지 얘기해 보자. 이런 문제의 변형은 바둑알, 동전, 쌓기나무, 성냥개비 등 주변의 다양한 소품을 가지고 연습할 수 있는 유형이다. 아이가 규칙찾기에 익숙해지고, 문장을 이해할 수 있으면 반대로 상황을 재구성해보는 심화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림 2>
→ 학생들이 주어진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고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찾아낸 후 논리적으로 사고하여 옳은 결론에 이르도록 도와줍니다.
계산 문제를 풀 때도 추론의 기초가 되는 논리 학습을 우선해 보자. 정답만 맞혀줄 것이 아니라 한 문제를 오래 풀더라도 왜 그런 답을 냈는지 그 이유를 적거나 설명해 보도록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 또한 어떤 문제를 만날 때 ‘어떻게?’ ‘왜?’라고 질문하는 습관을 갖게 한다면 수학적 추론 능력을 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 풀이 실력도 크게 향상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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