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정리
지난 호에서 우리는 축구공이 정이십면체의 꼭지점을 잘라 만든 준정다면체이고, 정오각형 12개와 정육각형 20개로 이루어 졌다는 사실로부터 축구공의 꼭지점과 모서리의 개수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일 축구공이 만들어진 원리를 모르면 면의 개수를 알 수 없고, 그렇다면 모서리와 꼭지점의 개수도 구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에는 축구공이 만들어진 원리와는 다른 수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면, 꼭지점, 모서리의 수를 구해야만 한다. 이 과정 또한 여러분의 입체도형에 대한 이해를 더 한층 높여줄 것이라 믿는다.
평면도형에서 다각형의 외각의 합은 항상 360˚이다. 정오각형의 예를 들어 보면,
정오각형은 한 내각의 크기가 108˚이므로 한 외각의 크기는 72˚이다. 따라서 외각의 합은 72˚×5=360˚ 가 된다. 하지만 좀 더 일반적인 원리로 접근해보면 다각형의 각 꼭지점에서 외각과 내각의 크기의 합은 항상 180˚이므로 오각형의 경우 5개 꼭지점에서 외각과 내각의 크기의 합은 180˚×5가 되고, 내각의 합은 180˚×3이므로 외각의 합은 (180˚×5)-(180˚×3)=180˚×2=360˚가 되는 것이다.
이 원리는 정다각형이 이외에 다른 모든 다각형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즉 평면도형에서 다각형의 외각의 합은 항상 360˚가 되는 것이다. 이 때 외각의 합이 360˚라는 사실은 여러 가지 복잡한 각의 크기를 구하는데 있어 필요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한편 입체도형에서는 외각의 크기의 합이 항상 720˚가 되는데 이를 ‘데카르트의 정리’라고 한다.(그 증명은 너무 복잡하여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 데카르트의 정리를 이용하면 꼭지점의 개수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육면체의 한 외각의 크기는 다음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90˚이다.
입체도형의 외각의 합이 720˚이므로 정육면체의 꼭지점의 개수는 720˚÷90˚=8(개)가 된다.
이제 이 데카르트의 정리를 이용하면 축구공의 꼭지점의 개수를 구할 수 있다. 축구공은 한 꼭지점에 정육각형 2개와 정오각형 1개를 붙인 것이므로 한 외각의 크기는 360˚-(120˚+120˚+108˚)=12˚가 된다. 따라서 꼭지점의 개수는 720˚÷12˚=60(개)가 되는 것이다.
꼭지점의 개수를 구했으면 모서리의 수는 (60×3)÷2=90(개)가 된다. 면의 개수는 오일러의 정리를 이용하면 된다. 입체도형에서 꼭지점의 개수를 v, 모서리의 개수를 e, 면의 개수를 f라 할 때, 다음과 같은 식이 항상 성립하는데 이것을 오일러의 공식이라 한다
꼭지점의 개수가 60개, 모서리의 개수가 90개이므로 면의 개수는 90-60+2=32 (개)이다.
쌍대 다면체
지금까지 축구공이라는 주제를 통해 입체도형의 꼭지점, 모서리, 면의 개수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제는 정다면체의 꼭지점, 모서리의 개수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 시험에서 객관식 문제를 풀 때 차분히 원리를 따져 풀기란 시간의 제약 상 어려움이 많다. 예를 들어 중1 교과에서 자주 출제되는 정십이면체의 꼭지점의 개수를 구하는 문제는 막상 시험에서는 원리를 따져 풀다가는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 전에는 그냥 무턱대고 외우고 만다.
외우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건 시험을 치고 나면 곧바로 잊어버린다. 이러한 것은 수학을 배우는 의도와는 무관한 것이다. 이제 외울 필요 없이 그렇다고 충분히 원리를 따져 보는 방법도 아닌 다른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바로 그 방법이 쌍대다면체이다.
쌍대(pair) 란 짝을 의미한다. 고등학교 수학 과정에서는 켤레 복수소가 나오는데 실수 부분은 같고 허수 부분의 부호만 다른 두 개의 복소수에서, 한 복소수를 다른 복소수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이 때 나오는 켤레와 쌍대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래서 쌍대다면체를 켤레 다면체라고 한다.
쌍대 다면체란 다섯 가지 정다면체 중에서 서로 짝이 되는 정다면체끼리 자신에 대해서 상대 정다면체를 부르는 말이다. 즉, 정육면체의 쌍대다면체는 정팔면체이고, 역으로 정팔면체의 쌍대다면체는 정육면체이다. 그런데 왜 정육면체와 정팔면체는 서로 쌍대다면체일까? 두 입체도형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다음 그림을 보면 그 의문이 풀릴 것이다.
이 성질을 이용하면 꼭지점의 개수는 쉽게 알 수 있다. 정육면체의 쌍대다면체는 정팔면체이고, 정육면체의 꼭지점은 쌍대다면체인 정팔면체의 면의 중심이므로 정팔면체의 면의 개수와 같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육면체의 꼭지점의 개수는 8개이다. 마찬가지로 정팔면체의 꼭지점의 개수는 정육면체의 면의 개수인 6개가 되는 것이다. 모서리의 개수는 오일러의 공식을 써서 6+8-2=12(개) 이고, 이것은 정팔면체나 정육면체나 같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정십이면체의 쌍대다면체는 정이십면체인 것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이제는 정십이면체의 꼭지점의 개수를 외울 필요가 없다. 쌍대다면체인 정이십면체의 면의 개수인 20개인 것이다. 모서리의 개수 또한 12+20-2=30(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정다면체 5개 중에서 정사면체를 제외한 4개의 다면체는 각각 쌍대다면체를 가졌다. 그러면 정사면체의 쌍대다면체는 어떤 정다면체인가? 정사면체의 각 면의 중심을 꼭지점으로 하여 입체도형을 만들어 보자. 정사면체 자신이 나온다.
정사면체의 쌍대다면체는 바로 자신인 정사면체인 것이다. 그래서 정사면체의 꼭지점의 개수는 쌍대다면체인 정사면체의 면의 개수인 4개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서리의 개수는 4+4-2=2(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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