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는 퍼즐이 성행하던 시기였다. 잡지들마다 경쟁적으로 새로운 퍼즐을 실었고, 독자들의 퍼즐에 대한 관심 또한 지대했다. 이 시기에 한참 인기를 끌었던 퍼즐 중의 하나가 ‘포 포즈’ 게임이다. ‘포 포즈’란 숫자 4 네 개와 알고 있는 모든 수학 기호를 이용하여 1에서 100까지의 수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7을 네 개의 숫자 4와 알고 있는 수학 기호를 이용하여 만들어 보면
4+4-4÷4 = 7 또는 44÷4-4 = 7
과 같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1에서 100까지의 수 중에서 얼마나 많은 수를 만들 수 있는지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 친구와 함께 짝을 이루어 제한된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수를 만들 수 있는지 견주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실제 해보면 알겠지만 1에서 100까지의 수 중에는 쉽게 만들어 지는 수도 있고, 만들기가 무척 어려운 수도 있다. 또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알고 있는 수학 기호가 +, -, ×, ÷, ( )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더더욱 만들기 힘든 수가 많다. 아무래도 고등수학과정에서 다루는 다양한 수학 기호를 사용할줄 알아야 좀더 많은 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서울 교대 영재교육원 선발 시험에 ‘포 포즈’ 문제가 나왔다. 초등학교 수준에서 알 수 있는 수학 기호만을 사용해야 하므로 만들 수 있는 수를 정해서 출제되었다.
[2006 서울교대 기출문제]
• 4를 네 번 사용하고 +, -, ×, ÷, ( )를 사용하여 1, 2, 3, 4, 5, 6, 7, 8, 9, 10, 15, 20, 44, 60, 68, 80을 만들어 보시오.
포 포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학 기호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야 하고, 그 기호를 번뜩이는 재치와 기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위의 기출문제에서는 사칙연산 기호 (+, -, ×, ÷)와 괄호 외에 다른 기호는 쓸 수 없기 때문에 간단한 수와 기호의 조작만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제 네 개의 4를 이용하여 위 문제에서 원하는 수를 만들어 보자. 각각의 수를 하나씩 차근차근 만들어보면 쉬운 것도 있지만 몇 개의 수는 그리 쉽게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 편리하게 빨리 만들 수 있다.
① 한 개의 4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수는 당연하게 4 하나밖에 없다.
② 두 개의 4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수는 다음과 같이 0, 1, 8, 16, 44로 다섯 개가 있다.
44, 4+4=8, 4-4=0, 4×4=16, 4÷4=1
③ 세 개의 4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수는 상당히 많을 것이다. 가장 크게는 444일 것이고, ②에서 구한 5개의 수에 ①에서 구한 4를 사칙연산을 해서 구할 수 있다. 이 때 앞의 식을 다시 쓸 필요 없이 ②에서 만든 5개의 수 0, 1, 8, 16, 44는 그냥 그대로 나타낸다.
0 → 0+4=4, 0×4=0, 4-0=4, 0÷4=0
∴ 0, 4
1 → 1+4=5, 4-1=3, 4×1=4, 4÷1=4
∴ 4, 5, 6
8 → 8+4=12, 8-4=4, 8×4=32, 8÷4=2
∴ 2, 4, 12, 32
16 → 16+4=20, 16-4=12, 16×4=64,
16÷4=4
∴ 4, 12, 20, 64
44 → 44+4=48, 44-4=40, 44×4=176,
44÷4=11
∴ 11, 40, 48, 176
따라서 세 개의 4를 써서 만들 수 있는 수는 다음과 같다.
0, 2, 4, 5, 6, 11, 12, 20, 32, 40, 48, 64, 176, 444
④ 네 개의 4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수는 ②에서 구한 수 두 개를 서로 사칙연산을 해서 구하거나, ③에서 구한 수에 숫자 4를 사칙연산을 해서 구할 수 있다.
먼저 ②에서 구한 0, 1, 8, 16, 44의 다섯 개의 수 중에서 2개를 써서 만들 수 있는 수를 구하면
0 = 0+0 → (4-4)+(4-4)
1 = 0+1 → (4-4)+(4÷4)
2 = 1+1 → (4÷4)+(4÷4)
7 = 8-1 → (4+4)-(4÷4)
8 = 8+0 → (4+4)+(4÷4)
9 = 8+1 → (4÷4)+(4÷4)
15 = 16-1 → (4×4)+(4÷4)
⋮
704 = 44×16 → 44×(4×4)
1936 = 44×44
또 ③에서 구한0, 2, 4, 5, 6, 11, 12, 20, 32, 40, 48, 64, 176, 444의 열네 개의 수에 숫자 4를 써서 만들 수 있는 수를 구하면
3 = 12÷4 → (4×4+4)÷4
4 = 0+4 → (4-4)×4+4
5 = 20÷4 → (4×4+4)÷4
6 = 2+4 → (4+4)÷4+4
10 = 40÷4 → (44-4)÷4
20 = 5×4 → (4÷4+4)×4
48 = 12×4 → (4+4+4)×4
⋮180 = 176+4 → (44×4)+4
256 = 64×4 → (4×4×4)×4
1776 = 444×4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네 개의 4와 사칙연산 기호와 괄호를 써서 만들 수 있는 모든 수를 구할 수 있다.
포 포즈 문제가 나왔을 당시 이와 유사한 퍼즐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포나인즈 (four nines) 는 네 개의 9를 써서 1에서 100까지의 수를 만드는 것이고, 호가트의 공식으로 유명한 0에서 9까지 열 개의 숫자를 한 번씩 사용하여 1에서 100까지의 수를 만드는 문제도 나왔다. 또한 그 해의 년도의 네 개 숫자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수를 만드는 게임도 나왔다.
이러한 포 포즈로 통칭되는 숫자와 수학 기호를 이용하여 수를 만드는 문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끈질긴 과제집착력이 요구되기에 사고력을 측정하는 영재교육원 선발 시험의 대표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하에서는 영재교육원에 나왔던 문제들의 유형을 살펴보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던 여러 가지 번쩍이는 아이디어들을 음미해 볼텐데 이번 호에서는 지면상 괄호넣기 한 유형만 소개하고 나머지는 다음 호에서 계속 연재할까 한다.
[2007 교육청 기출문제]
• 다음 수 사이에 ( ) 또는 { }를 넣어 식이 성립하도록 만들어 보시오.
(1) 60-40+4÷3×2=4
(2) 20-40-4+6÷3×2=0
위 문제는 수 사이의 적당한 곳에 괄호를 넣어 등식이 성립하게 만드는 괄호 넣기의 대표적 문제이다. 괄호 넣기 문제는 무작정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괄호를 넣다 보면 언제쯤 답이 나올 수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수 감각이다. 암산도 필요하고, 더욱 필요한 것은 어림하기이다. 하지만 조금 복잡한 문제는 괄호를 넣는 방법의 수가 너무나 많아 아무리 계산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도중에 포기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무작정 처음부터 순서대로 괄호를 넣어보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먼저 시작해야 할지를 찾는 것이 핵심인데, 그 실마리는 바로 나눗셈이다.
계산 결과가 자연수이기 때문에 나눗셈이 들어간 이상 무조건 나누어 떨어져야 한다.
따라서 시작하는 곳이 나눗셈이 있는 곳이고, 나누어 떨어지게끔 괄호를 넣어야 하는 것이다.
60-40+4÷3×2=4
에서 괄호를 넣어 3으로 나누어떨어지게 하려면 다음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60-40+4)÷3×2=4
그렇다면 이제 쉽게 답이 보일 것이다.
(60-40+4)÷(3×2)=4
둘째 번 문제는 약간 복잡하긴 하지만 역시 3으로 나누어떨어지게끔 괄호를 넣어 보자.
20-(40-4)+6÷3×2=0 →20-36+6÷3×2=0
20-(40-4+6)÷3×2=0 → 20-42÷3×2=0
그런데 둘 다 그 다음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 3으로 나누어떨어지는 경우가 더 있는 건 아닐까? 문제에서 대괄호 { }를 쓸 수 있다고 했는데,
대괄호를 써서 3으로 나누어떨어지는 경우를 찾아보자.
20-{40-(4+6)}÷3×2=0
더 이상 할 것도 없이 문제가 풀려 버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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