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수학 전성시대에 살아갈 학생들이 꼭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키우며, 또한 다양한 문제해결 접근 방법을 익혀 가는 것이다.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생각하는 힘을 연마하는 학문이다.
수학을 처음으로 접하는 초등학교 시기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익히며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불행히도 우리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연산 훈련과 반복적인 문제 유형 연습에 매달리게 되며 고학년이 되면 선행 학습에 매달리게 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떤가. 가장 많은 시간을 수학 학습에 투자했음에도 생각하는 힘을 길러내지 못해 이제 본격적으로 수학적 사고력을 발휘해야 할 중·고등학생이 돼서는 수학이 너무 어렵고 지긋지긋한 과목이 돼 버리고 만다.
수학 점수가 높은 학생들은 수학적 사고력이 우수할까.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에서는 학생들의 수학 사고력 평가를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수학 사고력 진단 검사’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이 진단 검사의 특징은 선행 학습을 배제하고 자기 학년 이하의 개념만을 이용해 수학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측정한다는 점이다.
결과를 분석해 보면 학교에서는 수학 우등생인데 낮은 평가를 받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다음의 한 문항을 보고 이야기해 보자.
가로와 세로에 있는 수는 각각 그 줄에 있는 구슬의 개수입니다.
서로 다른 방법으로 구슬이 들어갈 자리에 ○를 그리세요.
제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개념은 사실 간단한 덧셈 개념 정도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각각의 경우를 따져 논리적으로 사고를 전개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 즉 사고력이다.
또한 이 문제는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며, 여러 형태의 정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문제는 일반적인 문제를 반복 훈련만 하던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낯설고 당황스러운 문제가 된다. 사고력 부분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학생의 개념 영역 점수를 살펴보면 개념 영역에서도 유형화된 문제에는 익숙하지만 응용문제라든지 서술형 문제에 대해서는 낮은 이해도를 보인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대로 아직도 시험을 위한 공식 암기와 유형화된 문제의 반복학습이 수학 공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청 영재교육원의 영재성 검사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었다.
아래 빈칸에 동그라미 10개를 그리는데, 가로나 세로로 봤을 때, 동그라미 합이 2개 또는 4개가 되는 방법을 9가지 그리시오.
이 문항은 수학, 과학 분야의 영재아들을 판별하기 위한 문항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 문항을 통해 측정하려는 능력은 수학 문제를 얼마나 능숙하게 푸는가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사고를 전개하는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창의적인 사고력은 영재아들만의 전유물일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사고력을 길러 주는 수학 교육이 필요하다. 수학 사고력은 한 문제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결해 보고 그 문제를 분석해 보는 과정에서 키워질 수 있다.
a2+b2=c2이라고 무턱대고 외웠던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명 방법은 300가지 이상이다.
하나의 정리를 도형의 넓이, 직각삼각형에서 닮음, 원의 접선, 극한의 이론 등 기초 수학에서 고등 수학까지의 개념을 이용해 증명해 보일 수 있다.
다양한 사고는 창의력을 구성하는 유창성과 융통성으로 연결이 된다. 그러므로 하나의 풀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접근으로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이 우리 아이의 수학 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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