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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숫자의 근간이 된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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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하고 거대한 규모의현대과학을 가능하게 한 ‘천문학적 숫자’는 얼마나 큰 숫자일까? 제로(0)에서 출발해 엄청나게 큰 천문학적 숫자로 발전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이번에는 ‘제로와 천문학적 숫자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천문학적 숫자는 절대적 개념 아니다
이것은 천문학적 숫자가 정확한 수량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란 의미다. 또한 길이나 크기에 있어 대단한 수치를가리키는 ‘천문학적(天文學的, 또는 astronomical)’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됐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결국 천문학적 숫자는엄청나게 큰 양이나 수를 어림잡아 표현할 때 사용한다. 그렇나 허망한 개념이 아닌 현실적인 크기를 지칭하는 방식이다.예를 들어 “1억은 천문학적 숫자가 아니며 1억 더하기 1부터가 천문학적 숫자”라고 말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라는 뜻이다. 추상적인 개념도 아니다 “저 남자 키가 상당히 크다”고 했을 때, 과연 몇 센티미터의 신장을 키가 큰 것으로 할지 명확하게 정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상당히 예쁜 여자”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신체 어느 부위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예쁘다고 할지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크다’, ‘예쁘다’ 등의 단어가 마냥 추상적이지는 않다.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표현할 때 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천문학적’이라는 의미도 좀 더 현실적이고 계산적이라 할 수 있다. 단지 천문학에서 다루는 숫자의 규모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클 뿐이다. 어떤 이들은 지구와 태양간의 거리인 약 1억5천만 킬로미터를 기준으로 천문학적 숫자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이 크기를 넘어서면 ‘천문학적 숫자’로 부르자는 것이다. 천문단위 au는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 천문학적 숫자는 한편으로 모호한 표현이다. 지구와 태양까지 거리는 천문 단위(AU, astronomical unit)로 정확하게 쓰인다. 다시 말해서 1AU는 1억4천959만8천킬로미터다.
참고로 명왕성은 태양으로부터 39.5au, 목성 5.2au, 달은 지구로부터 0.0026au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 참고로 1광년은 6만3천239.73au이고, 1파섹은 20만6천264.806au다. IAU는 천문단위를 국제표준협회에 ISO 31-1로 등록해 특허를 획득했다. 대문자로 된 AU는 유명한 개인의 이름의 약자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소문자 au를 권하고 있다. 과장법으로 쓰이기도 하는 천문학적 숫자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만 해도 엄청나지만, 우주의 별들 사이의 거리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숫자가 너무 크다 보니 좀 줄여서 쓰려고 로그와 같은 기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천문학에서나 사용되는 거대한 숫자를 일반인들이나 작가들이 문학이나 대화에서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천문학적인 숫자’다. 그러니 ‘정확히 얼마부터’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숫자가 나왔을 때 약간의 과장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천문학적 숫자의 크기와 관계 없이 보통은 수천억을 넘는 정도를 천문학적인 숫자라고 묘사한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숫자가 등장하게 됐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거리 측정법으로는 이렇게 먼 거리를 잴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류가 예전 사람들에 비해 훨씬 넓은 차원의 우주를 알게 된 것은 새로운 기준과 자를 발견한 덕이다. 우주의 크기를 재는 데는 3가지 자가 쓰인다. 연주시차법, 케페이드 변광성의 주기를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허블 법칙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다. 연주시차로 관측천문학 차원 높인 베셀 별까지의 거리를 최초로 정확히 측정해 관측천문학의 수준을 높인 프리드리히 베셀(Friedrich W. Bessel, 1784~1846)은 독일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 별들의 목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까이에 있는 별들은 조금 더 많이 움직인 것처럼 보인다. 마치 기차를 타고 달리며 먼 산을 보면 계속 같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있는 마을이나 집들은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원리와 비슷하다. 그러므로 먼 곳에 있는 별들을 배경으로 해서 가까이 있는 별들의 상대적 위치가 달라 보이는 정도을 측정하면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낼 수 있다. 지구 공전궤도의 반지름을 밑변으로 하고 별을 꼭지점으로 하는 직각 삼각형을 그렸을 때, 이 삼각형의 꼭지각을 ‘연주시차’라고 부른다. 우리는 지구의 공전궤도 거리를 알고 있으므로 연주시차만 측정하면 간단한 계산에 의해 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1초의 연주시차에 해당되는 거리를 1파섹(Parsec, pc)이라 부르며, 천문학에서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1파섹은 약 3.26광년 즉 빛이 3.26년 동안 가야 하는 먼 거리를 나타낸다 선원이 되려다가 천문학자의 길로 돌아서 선원이 되기 위해 기하학과 천문학 등 항해술의 기초과목을 공부하던 베셀은 결국 천문학에 커다란 매력을 느껴 천문학자가 되었다. 베셀은 연주시차를 이용하면 별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프라운호퍼(Fraunhofer)가 고안한 정밀 측각기를 이용해 태양계에서 11.2광년 떨어져 있으며 12번째로 가까운 별인 ‘백조자리 61번 별’의 연주시차를 최초로 측정해 거리 계산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구 공전궤도의 반지름에 비하면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도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연주시차는 아주 작은 값이 되어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α Centauri) 즉 센타우루스 자리의 알파성의 연주시차도 겨우 0.76초 밖에 되지 않는다. 오차를 감안하면 이 방법으로 별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한계는 100파섹 즉 약 300광년 정도밖에 안 된다. 태양에서 은하의 중심까지의 거리가 약 3만 광년임을 고려하면 매우 짧은 거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연주시차법의 발견 덕분에 별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시작한 것은 대단한 발전이다. 인간이 태양계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우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더 큰 우주의 거리를 재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효과적인 자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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