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5일 수요일

정교한 수학이 숨쉬는 이탈리아 건축



황금 모자이크가 눈부신 비잔틴 양식

새벽에 도착한 시칠리아의 팔레르모 항은 푸른 빛으로 아직 잠이 덜 깬 여행자를 맞이했다. 부스스한 채 버스에 올라 도착한 곳은 몬레알레 성당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만으로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함을 내뿜는다. 성경의 내용을 묘사한 황금빛 모자이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모자이크는 비잔틴 미술의 특징 중 하나다. 화려한 황금 모자이크를 통해 시칠리아가 그리스, 로마, 비잔틴, 등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였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황금 모자이크를 시칠리아에서 처음 본 것은 아니다.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에서도 화려한 황금빛 모자이크를 볼 수 있었다. 산마르코 성당은 정사각기둥 위에 반구 모양의 돔을 얹는 비잔틴 양식의 건축물이다.

사실 원기둥 위에 반구를 얹은 것보다 정사각기둥 위에 딱 맞는 반구를 얹는 것이 훨씬 어렵다. 정사각기둥 위에 반구를 얹으려면 그림❷와 같이 정사각형과 원이 접하는 4개의 점을 정확하게 찾고, 그 위에 반구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그림❶과 같이 큰 반구를 밑면이 정사각형이 되도록 똑같이 자르면, 반구의 가장자리에는 크기가 같은 호 4개가 생긴다. 그런 다음 호에 접하는 원을 한 면으로 하는 반구를 위에 얹으면 된다.



이 때 ‘펜덴티브’라는 둥근 삼각형 모양의 면이 생긴다. 이 펜덴티브는 정사각기둥 위에 기하학적인 완벽한 방법으로 돔을 얹은 비잔틴 건축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증거다.

신전의 계곡을 거닐다
몬레알레 성당을 지나 찾아 간 곳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아그리젠토에 있는 ‘신전의 계곡’이다. 그 옛날 번성했던 도시를 상상했지만, 강은 흔적만 남고 항구도 사라져 황량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드문드문 서 있는 여러 신전이 당시 화려했던 시절을 말해 주고 있을 뿐이다. 이 곳의 신전은 기원전 6세기 말에서 5세기 사이, 그리스 지배 아래에 있을 때 세워졌다. 신전 중에서도 특히 ‘조화’라는 뜻의 ‘콘코르디아 신전’이 대표적이다.

신전은 대부분 ‘도리아식’으로 지어졌다. 회오리를 연상시키는 무늬가 눈에 띄는 ‘이오니아식’이나 기둥 위로 꽃바구니를 얹은 듯한 ‘코린트식’과 견주어 보면, 꾸밈없는 도리아식은 건강한 남성이 서 있는 듯 단단하고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이 세 가지 기둥이 그리스 신전의 3대 기둥 양식이다.



도형으로 본 3대 기둥

밋밋하던 도리아식 기둥 모양은 이오니아식을 거쳐 코린트식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의 외관부터 차츰 코린트식 기둥을 써, 나중에는 건물 대부분을 코린트식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도형의 성질로 기둥의 모양과 특징을 설명할 수 있을까?



도리아식은 겉면에 난 골을 무시하면 기둥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직선을 중심축으로 하는 회전체로 볼 수 있다. 별 장식이 없었으니 상대적으로 만들기도 가장 쉬웠다.

반면 이오니아식 기둥은 도리아식보다 굵기가 가늘면서 회오리 모양의 대칭적인 장식을 얹었다. 우아하면서도 나긋한 여성처럼 보인다. 기둥 아래쪽에는 주춧돌을 넣어 장식했고, 위에도 화려한 문양을 새겨 넣었다. 이 기둥은 기둥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직선을 중심축으로 180° 회전이동 시켜 서로 포갤 수 있는 입체 도형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화려한 코린트식 기둥은 이오니아식을 변형한 것으로, 회오리 무늬에 나뭇잎 모양을 덧붙여 마치 꽃바구니를 기둥에 얹은 듯 만들어 장식을 한층 더 강조했다. 그러나 나뭇잎을 아무렇게나 붙인 것은 아니다. 원 모양으로 돌아가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위와 아래의 나뭇잎은 서로 엇갈리도록 8개씩 붙였다.

즉, 45°마다 나뭇잎이 한 장씩 붙어 있으며, 위와 아래 나뭇잎의 위치는 22.5°씩 어긋나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이 장식은 정사각형, 원, 호와 같은 도형을 작도해 탄생했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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