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5일 수요일

음악, 수학으로 연주해! 피타고라스 음정이론







피타고라스(Pythagoras, ca. 570~498 BC)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통해 수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수학을 비롯해 소리를 연구하는 음향학으로도 유명하답니다.

그 중 ‘망치의 전설’은 꽤 유명하죠. 두 망치의 무게비가 2:1이면 ‘도’에서 ‘도’ 사이에 해당하는 옥타브 간격의 음정을 만들고, 무게비가 4:3이면 도에서 ‘파’ 사이처럼 4도 음정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실험을 하면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망치가 부딪힐 때 나는 소리에는 무게 말고도 더 많은 물리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단지 ‘상상적 결과’일 뿐입니다. 당시 그를 따르던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눈에 보이는 수로 표현하는 이 신비한 이론 자체에 매료됐습니다. 실험에는 관심이 없었답니다.

피타고라스가 유리잔에 물을 넣고 잔을 때려 여러 높이의 음을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정확하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피타고라스가 음향학에 무슨 기여를 했냐고요? 그는 음높이와 현의 길이 사이에 반비례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피타고라스가 음향학 이론에 남긴 업적이죠. 이것은 실험에 의한 업적이지만 당시 사람들은 실험에 관심이 없었죠. 후대에 와서야 실험이 재조명 받게 됩니다.

피타고라스는 음정에 관해 업적을 세웠습니다. 음정 자체는 피타고라스가 만든 개념은 아닙니다. 8, 5, 4도 등 잘 어울리는 음정(어울림 음정)은 그 전부터 알려져 있었어요. 피타고라스는 이 음정들을 정수 비례로 나타냈어요. 자, 그럼 피타고라스의 음계를 한번 알아볼까요?

피타고라스는 온음이 8:9의 진동비를 가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줄의 길이가 짧을수록 진동수가 높은 소리가 납니다. 따라서 줄의 길이는 진동비의 역수를 취하면 됩니다. 즉 줄의 길이 비는 9:8이 됩니다. 줄 길이 전체를 아홉 개로 나눠 하나를 없애고 나머지를 울리면 두 음은 ‘도-레’ 음정으로 들린다는 겁니다. 반음의 진동비는 243:256입니다. 줄 길이 전체를 256으로 나눈 뒤, 그 중 13개를 없앤 243에 해당하는 길이를 울리면 피타고라스의 두 음은 ‘도-도#’으로 들린답니다. 복잡하다고요? 좀 더 간단하게 알아봐요. <그림 1>을 보면서 생각해 보세요.



줄을 준비하세요. 간단한 악기를 만들어 봅시다.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① 줄의 길이가 1/2 짧아지면 8도 높은 음을 낸다. ② 줄의 길이가 2/3 짧아지면 5도 높은 음을 낸다.

먼저 낮은 ‘도’의 줄 길이를 1이라 합시다. 그러면 낮은 도보다 8도 높은 ‘도’의 줄 길이는 1/2가 됩니다. 낮은 도보다 줄의 길이가 2/3 짧아지면 이보다 5도 높은 ‘솔’이 되죠. 솔에서 5도를 높이면 높은 ‘레’가 됩니다. 높은 레의 줄 길이는 낮은 솔보다 2/3 짧아집니다. 낮은 레는 높은 레보다 8도 낮으니 줄의 길이도 이보다 두 배 길죠. ‘라’는 레보다 5도 높으니 낮은 레 보다 줄의 길이가 2/3만큼 짧아요. 높은 도보다 5도 낮은 ‘파’의 줄 길이는 3/2배 깁니다. 이런 식으로 <표 1>의 빈 칸을 채워보세요. 이것을 이용해 고무줄이나 다양한 소재의 줄로 나만의 악기를 만들어 보세요.







철학자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옛날부터 ‘소리’가 무엇인지 궁금해 했어요. 갖가지 다양한 주장이 난무했죠. 형체는 보이지 않지만 강한 소리는 귀를 아프게도 하고, 좋은 음악은 마음을 편하게 하니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미칩니다. 본격적으로 소리를 올바르게 물리적으로 이해한 것은 19세기 이후입니다. 물론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이 연구한 결과 덕분이죠.

심지어 ‘악학궤범(樂學軌範)’에서는 음악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음악이라고 하는 것은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에게 머물며, 텅빈 곳에서 나와 자연 안에서 이뤄진다.” 무슨 말이냐고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지만 실상 악기는 속이 텅 비어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소리는 비어 있는 곳에서 나간다는 거죠. 그리고 공기 중으로 퍼져가니 자연 안에서 이뤄진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옛날 불교 경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나라의 왕이 기타처럼 생긴 현악기 ‘류트’의 소리를 처음 듣고 그 소리에 매혹됐습니다. 당장 신하들에게 황홀하고 매력적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묻죠. 신하들은 류트를 왕에게 바칩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왕은 “류트말고 ‘소리’ 자체를 가져오라”고 명합니다. 소리를 가져올 수 있을 리 없죠. 왕은 악기를 부숴서 불태워 버립니다. 그리고 류트가 볼품없는 ‘물건’이라며 비하하죠. 옛날 사람들의 소리에 대한 이해는 이러했습니다.

피타고라스도 소리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처음에는 실험을 귀의 감각에 맡겼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감각보다는 수(數)의 아름다움을 믿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것을 수로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했죠.



훗날 플라톤(Platon, ca. 429 ~347 BC)은 소리는 최종적으로 ‘간’에서 듣는다고 생각했답니다. 인체 장기 중 가장 부드러워서 작은 떨림에도 민감한 것을 보고 상상한 것입니다. 또한 그는 피타고라스파의 생각에 동조했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음향학 연구를 천문 연구와 연관 지어 생각했죠. 지구에 있는 작은 물체가 움직일 때도 소리가 난다며 우주의 천체가 움직일 때는 아주 시끄러운 소리가 날 것이라 주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384~322 BC)는 천체의 움직임에 음정이론을 적용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그렇지만 천체의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2000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많은 학자들이 음향학을 연구했습니다. 연못에 물결이 퍼지는 것처럼 소리의 파동도 퍼져나간다는 인식을 거쳐 알파라비(Al-Farabi, ca. 870~950)에서 진전이 생깁니다. 그는 “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물체 사이의 충격에 의해 공기가 순차적으로 밀리면서 전달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도 음의 높낮이가 생기는 원리를 알아내지 못합니다. 음의 높낮이는 공기층에 가해지는 압력의 크기가 아니라 단위 시간당 압력이 가해지는 횟수와 관련이 있습니다.

갈릴레오에 이르러서야 같은 높이의 음을 내는 두 개의 줄 중 하나를 더 팽팽하게 하거나 굵기를 달리 하면 음높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음향학은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보일(Boyle, 1627~91)은 소리가 파동을 전하는 매질을 통해 전달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보입니다. 데카르트(Descartes, 1596~1650)는 공명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영(Thomas Young, 1773~1829)은 줄의 진동 이론을 연구하고 이것을 활용해 악기를 조율하는 방법인 ‘영의 평균률’도 알아냈습니다. 푸리에(Jean B. Fourier, 1768~1830)는 파동이론의 기초 수학공식을 완
성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정리한 것이 바로 헬름홀츠(H.Helmholtz, 1821~94)입니다. 그의 이름은 진동수의 단위(헤르츠, Hz)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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