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일 토요일

김연아 점프를 소재로 쓴 美 수학교과서


[실생활과 밀접한 美 교육]
고교 삼각함수 기본개념 문제, 김연아 동작 사진 보여주며 각도 측정 왜 중요한지 설명

삼각함수를 소개한 미국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 피겨 스타 김연아의 사진이 실렸다. 각도 측정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면서 김연아의 동작 사진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의 수학 교과서는 이처럼 스포츠 스타의 동작을 기하학과 연결해 쉽게 설명하는 내용이 많다. 도형과 공식, 숫자만으로 딱딱하게 가르치는 우리나라 수학 교과서와 대비된다.

호튼 미플린 하코트 출판사가 펴낸 수학 교과서에서 김연아 사진은 두 차례 나온다. 첫 번째는 '각도 측정은 일상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피겨스케이스트 선수) 점프 동작에서의 각도를 구하라는 문제가 263쪽에 있다'는 문구 아래 김연아의 사진이 실렸다. 또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악셀 점프(앞으로 뛰어 회전하고 뒤로 내리기)'를 할 때 회전 수에 따른 각도를 구하라는 연습문제에도 김연아 사진을 담았다. 단 두 사진 모두 김연아의 실명은 적지 않았다.
김연아의 연기 모습이 실린 미국 고교 수학 교과서 사진. 미국에 거주하는 김연아의 팬이 한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
이 교과서에서는 삼각함수의 기본개념을 풀어가면서 수학은 우리 생활과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스포츠 스타의 사진을 쓴 것이다. 한국 고교 수학 교과서에서도 같은 개념을 설명하고 있지만, 피겨스케이트 선수 등의 스포츠 동작과 관련지어 설명한 교과서는 드물다. 초상권 문제 때문에 김연아 사진을 싣기 어려운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미국 교과서도 김연아 측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는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된만큼 초상권과 관련해 대응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우리 고교 수학 교과서가 김연아 사진을 실은 미국 교과서와 다른 배경에는 그동안 주입식 모형을 따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충국 CMS에듀케이션 대표는 "미국의 수학 교과서는 모든 것이 삶의 모양과 연결돼 있는 실용수학"이라며 "이에 비해 우리는 난도만 높고 실생활과는 거리가 먼 일본 수학 모델을 따랐기에 학생들이 수학을 왜 배우는지조차 몰랐고 삶에서 써먹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최근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내놓고 앞으로 수학 교과서에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요소를 대폭 넣겠다고 발표했지만, 그렇게 바뀐 고교 교과서가 대학입시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시기는 2017학년도 대입 이후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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