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로 수학 거부감 줄이고 동화로 개념 이해력 ‘쑥쑥’
수학은 단순히 숫자를 알거나 연산을 빨리한다고 해서 잘하는 과목이 아니다. 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유아기부터 억지로 수 공부를 한 아이 중에는 정작 초등학교에 들어간 다음부터 수학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는 경우가 많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먼저 수학 교구나 동화 등으로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가 수학을 친구처럼 여기게 해주는 아이템에는 무엇이 있을까.◆수학 교구로 놀면서 수학적 사고력과 집중력 키워라
초등학교 1학년인 박민정양은 학교에서 수학시간이 가장 흥미롭다. 어려서부터 수학 교구와 동화 등으로 수학에 재미를 붙였기 때문이다. 엄마 김복순(39·서울 도곡동)씨는 “블록 쌓기 같은 교구 놀이로 공간지각력 등을 키웠다. 초등학교 입학 후 연산이 약한 것 같아 ‘셈셈 피자가게’ 같은 게임으로 연산을 접하게 했다”고 전했다.
“수학 교구를 활용하니 어려운 ‘미지수’ 개념도 잘 이해했어요. 예를 들어 ‘3+◇=8이다. ◇는 무엇일까’처럼 초등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쉽게 풀더라고요. 교구로 모양을 완성했을 때 성취감을 느끼고, 시간 내에 마쳐야 하니까 집중력도 좋아졌죠. 무엇보다 어려운 수학 개념을 재미있게 배운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 ▲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교구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배우기 때문에 아이들이 ‘공부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아요. 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사고력을 키우고, 무엇인지도 모르고 배웠던 내용이 어떤 개념인지 교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깨달아요.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전략을 세우면서 논리력과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을 키울 수 있어요. 수학에 대한 재미와 흥미도 저절로 높아지죠.”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교구라도 부모가 욕심을 내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김서주 연구원은 “부모가 보기에 쉬워 보이니까 아이도 잘할 것이라 짐작해 어려운 단계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쉬운 단계부터 시작해야 아이가 부담 없이 수학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구를 고를 때는 수학의 어느 영역과 관련된 것인지 잘 살펴 고루 준비하는 것이 좋다. 교구 활동을 끝낸 다음에는 아이와 함께 어떤 활동을 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적어보면 더욱 효과적이다.
◆수학 동화와 생활 속 수학 놀이로 원리 이해 도와야
교구와 마찬가지로 수학 동화도 경험을 통해 수학 원리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하루 24시간 중 7시가 두 번 있다는 것을 아침 7시와 저녁 7시의 다른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주며 깨닫게 하는 식이다. 정소현 웅진씽크빅 미래교육팀 전문강사는 “수학 동화로 잃어버렸던 수학에 대한 재미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중학교 2학년인 딸에게도 가끔 수학 동화를 읽혀요. 연산을 잘해도 ‘도형의 정의’ 등을 제대로 아는 아이가 많지 않거든요. 수학 동화를 읽으면,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는 과목인지 다시 한 번 깨닫고 자신감까지 충전할 수 있어요.”
그러나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면 거부감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정소현 강사는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려 들지 말고, 재미있는 창작동화를 읽힌다고 생각하라. 또 생활 속에서 다양한 질문으로 공간지각력, 수학적 사고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학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생활 속 질문은 다양하다. “엄마 화장대 서랍에 있는 봉투 좀 가져와” 대신 “엄마 화장대 오른쪽 서랍에 있는 네모난 봉투 좀 가져다줄래?”라고 정확하게 방향과 모양을 말해주는 식이다. 길에서 동그란 간판을 보면, “집에 저 간판처럼 동그란 물건이 있을까? 시계, 피자, 프라이팬이 모두 동그랗네!”라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효과적이다.
수학 동화를 고를 때는 분류, 대응, 연산 등 수학의 7대 영역이 고루 들어 있는 것을 고른다. 대개 수학 동화는 단계별로 구성되는데, 1단계에서 2단계로 바로 건너뛰는 것보다는 1단계와 2단계가 적절히 섞인 중간 단계가 있는 책이 좋다. 정소현 강사는 “수학 동화는 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은 글보다 그림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이 훨씬 많으므로 그림이 수학적 의미를 잘 살렸는지를 꼼꼼히 살피라”고 강조했다.
수학 동화로 수학 개념을 알았다면, 반대로 수학 교과서로 공부하다가 각 단원에 나오는 개념을 수학 동화에서 찾아 읽으면서 확실히 이해하게 하는 것도 좋다. 이주영 기탄교육 창작연구소 팀장은 “동화를 읽고 그 내용을 놀이로 직접 체험하면서 수학이 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여러 방법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또한 부록의 심화문제로 수학적 사고력을 확장시키라”고 조언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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