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일 토요일

무리하게 앞서가면 낭패… 자신감 붙게 '감'만 잡아라 '수학 선행학습 팁'



교과서만 훑기보다 영역별 학습이 더 효과
친절한 참고서는 독… 개념 정리 스스로 해야
요즘 선행학습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교육과학기술부마저 발벗고 나서 '선행학습 근절을 위한 범사회적 캠페인'을 전개할 정도다. 이 와중에도 꿋꿋이 "(다른 과목은 몰라도) 중학 수학만큼은 선행학습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이응락(57) 노개명수학 회장이 그 주인공. 이 회장은 30년간 교육 한 우물만 파 온 '베테랑 사업가'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수학 공부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초등 고학년생과 중 1 학부모를 위해 이 회장이 일러주는 세 가지 '수학 선행학습 팁'을 정리했다.

tip1 교과서, 선행학습 교재로는 부적절
"흔히 '선행학습이 아이를 망친다'고 하죠. 맞는 말입니다." 이응락 회장은 여기에 단서 하나를 덧붙였다. "'보통' 아이들에게 억지로 시키면 폐해가 엄청나죠. 하지만 어려서부터 수학 과목에 재능을 보이고 이공계 진로를 희망하는 초등생에게 선행학습은 필수입니다.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지 못하면 이 아이들은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거든요." 그에 따르면 어릴 적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재가 크면서 범재가 되는 경우도 대부분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제대로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흔히 선행학습이라고 하면 '상급 학년용 교과서 진도를 미리 배우는 활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회장의 생각은 좀 다르다. "무조건 교과서를 파고 드는 건 단순 예습이고 시간 낭비예요. 수학 교과서는 학기별·학년별로 구분돼 방정식을 이해할 정도가 되면 도형 단원으로 넘어가버리죠. 좀 더 어려운 방정식을 배우려면 다음 학년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수학은 도미노와 비슷해서 한 영역을 한꺼번에 몰아 학습하면 그 효율이 훨씬 높아지죠." 그의 설명대로라면 현행 수학은 문자와 식, 도형, 확률과 통계 등 크게 대여섯 개 영역으로 나뉜다. 따라서 같은 숫자의 영역별 개념서만 떼면 중학 수학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행학습의 대표적 부작용은 '아이가 공부에 쉬이 지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를 "처음부터 '상급 학년 내용을 100% 이해하겠다'며 목표를 무리하게 잡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행학습을 '등산'에 비유했다. "설악산 대청봉을 다녀왔다고 가정해볼까요. 한 번 다녀온 등산로를 전부 기억할 순 없지만 다시 오를 땐 어렴풋하게 감(感)이 잡힙니다. 처음 가보는 사람보다 훨씬 앞설 수 있는 건 물론이고요. 일단 선행학습으로 '감'을 잡고 '맥'만 찾는다면 자신감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돼 있어요."
 
tip2 참고서는 '공백' 많은 걸로 골라라
자기주도학습이 바람직한 학습 형태란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혼자 공부하는 학생은 주로 교과서나 참고서에 의지하기 마련이다. 이 회장은 "참고서야말로 자기주도학습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는 자녀에게 요점이 잘 정리돼 있고 문제 풀이 요령도 세세한 참고서를 골라줍니다. 그런 책으로 공부할 때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밑줄 긋는 정도밖에 없어요. 그게 과연 제대로 된 자기주도학습일까요?"

그가 꼽는 '좋은 참고서'는 공백이 많아 스스로 필기하며 개념을 잡아갈 수 있는 책이다. 초등생이 혼자 개념을 이해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필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순 교과 지식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명강사'의 존재가 더욱 필요한 건 그 때문. 이 회장은 "노개명수학 역시 '노트필기특수비법'을 개발한 오창영 강사, '개념원리 특수풀이비법'으로 잘 알려진 이보금 강사 등 이 분야 명강사를 여럿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tip3 학습 내용 '강의' 유도… 경청하길
노트 정리를 스스로 해냈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아무리 읽기 쉽게 요점을 잘 정리했어도 머릿속에 개념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허사다. 이 회장은 "자녀가 강의를 듣고 필기한 내용을 말로 옮기도록 해보라"고 조언했다. 영화를 본 후 친구에게 감상을 전달하는 장면을 연상하면 된다. 기억을 되짚으며 줄거리를 파악하고 인상 깊었던 장면까지 생생하게 떠올리는 것처럼 스스로 '강의'를 해보면 배운 내용을 체계화할 수 있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하는 '강의'의 청중이 돼줘야 한다.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문제 풀이에 어떤 원리를 적용한 거니?" "다른 공식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등의 추임새를 넣어 준다면 금상첨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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