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그 식탁에 초대받은 듯
밀라노에 가면 다른 곳은 몰라도 반드시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산타마리아 델리 그라치에 성당이다. 이 곳에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있기 때문이다.
<최후의 만찬>은 1498년 완성됐다. 한참이 지나 1970년대에 세상에 공개됐는데, 공개될 당시만 해도 훼손 정도가 무척 심했다. 그 이유는 달걀에 안료를 섞어 만든 템페라레 기법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템페라레 기법으로 그린 그림은 젖은 석회를 바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프레스코’에 비해 색감은 뛰어나지만 보존이 어렵다. <최후의 만찬>도 훼손이 심해 1978년부터 1999년까지 21년 동안 보수를 거친 다음, 다시 공개됐다.
성당의 지하로 내려가자 최후의 만찬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지하에서도 눈길을 끄는 이 색채감이란! 사람들은 모두 무엇엔가 홀린 듯, 천천히 작품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마지막 식사라니 뭘 먹을까? 남자들도 참 고운 색 옷을 입었구나! 섬세한 옷 주름에 소곤소곤 어떤 대화를 할까?’ 책에서 봤을 때와 다르게 직접 눈앞에서 작품을 보니 별별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토록 생생한 그림을 어떻게 그린 걸까?
현실을 캔버스에 옮기는 원리를 깨닫다
<최후의 만찬>을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림을 보았을 때 현실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나타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림 속 모든 선들을 정확하게 비례에 맞게 계산해 그리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분명 넓이가 같은 벽을 눈에서 가까운 곳은 넓게, 멀수록 좁게 그려 비례에 맞춰 줄였다. 또 보는 사람의 시선이 예수님의 얼굴 위 한 점에 모이도록 천정과 바닥에 선을 그려 넣었다. 그 선을 따라 가 보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림의 한가운데 위치한 예수의 얼굴로 향한다. 바로 이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현실이라는 3차원 공간을 캔버스라는 2차원 평면으로 정확하게 재현하는 방법, 즉 원근법을 알고 그림에 적용했다.
원근법의 탄생
원근법을 최초로 적용한 사람은 1401년에 태어난 이탈리아의 화가 ‘마사초’로 알려져 있다. 그는 1428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벽에 <삼위일체>란 그림을 그렸다. 당시에는 중요한 성인이나 하느님은 그 위치와 상관없이 크게 그리는 것이 상식이었지만, 마사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린 작품을 사람들이 어느 지점에서 볼지 생각한 다음, 원근법을 정확하게 적용했다. 마치 그림이 그려진 곳이 벽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뒤쪽 지붕이 둥글게 보이도록 하고, 실제 공간 속에 예수님과 하느님이 앞뒤에 있는 것처럼 그렸다. 당시 그림이 공개 됐을 때 사람들은 무척 놀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근법이 없었을 때, 화가들은 거리를 무시한 채 그림을 그렸던 걸까? 그렇지는 않았다. 원근법이 없었을 때도 화가들은 멀리 있는 물체는 작게, 가까이에 있는 물체는 크게 보인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거리가 멀어지면서 얼마큼씩 크기가 작아지는지 몰랐기 때문에, 정확한 비례를 계산해 그린 원근법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현실과 최대한 비슷하게 그리는 원근법은 신이 아닌 인간 중심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를 추구하는 르네상스 이념과 일치한다. 인간이 살고 있는 현재에 관심을 갖고 캔버스에 그대로 표현하면서 있는 그대로 인간의 아름다움을 존중했던 것이다. 원근법은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바뀐 세계관을 나타내는 도구가 되었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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