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이 자기개발계획서 작성과 면접 준비에 한창인 상황에서 관심을 가장
크게 두는 건 면접대비. 전국단위 자사고는 물론 특목고와 일부 자율학교까지 자기주도학습전형이 일괄 시행되는 가운데, 자기개발계획서는 문항이
공개되어 있고 문항 자체가 거의 동일한 반면 면접은 학교 자체적으로 공개하는 문항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커트라인에 걸린 경우 면접으로 당락을
뒤집는 건 당연하고, 커트라인에서 안정적이라 할지라도 학교 입장에서 치명적 결함이 발견될 경우 수험생을 탈락시키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전국단위 자사고와 특목고, 전국단위 자율학교의 입시분석 취재를 진행하며 얻은 결론은
단순하다. 면접은 학교인재상에 따른 공통문항과 지원자별 자기개발계획서를 토대로 개발한 개별문항으로 구분된다. 결국 학교의 교육과정과 목표인재상을
염두에 두고 해당학교 진학 이후의 삶을 그려볼 수 있어야 하며, 자기개발계획서 작성 시 실제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고 구체적으로 썼는가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특히 자기개발계획서에서 요구된 지원동기, 진학 후 학업계획, 졸업 후 학업계획 및 진로계획 등 삶을 돌이켜보고 계획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례와 특히 ‘자신의 것’임이 입증되어야 하겠다.
면접 전엔 자기개발계획서를 갖고 스스로 면접질문을 뽑아보고, 면접도 시험인 만큼 얼마
간의 훈련도 필요하다. 단, ‘달달 외우는’ 훈련이 아니라 떨지 않고 또렷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으며, 자기개발계획서를
직접 썼더라도 현장질문에 당황하지 않도록 부모나 교사와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정도면 되겠다. 면접현장에서 단정한 옷차림과 매너는 기본이다.
용인외고와 하나고가 2014학년 입시를 앞두고 2013학년 면접 기출문항을 제공했다. 두
학교 모두 전교생 기숙사생활이 의무이므로 공동체생활을 하는 데 무리가 없는지에 관심을 뒀고, 지원자의 자기개발계획서에 언급된 내용을 확인,
구체화시키는 질문이 주를 이뤘다. 독서영역의 경우 해당 도서와 지원자의 장래희망이 연결된 부분, 이에 관한 진전 질문이 반드시 등장했다.
용인외고 ‘공통문항 4개 개별문항 2개를 15분
동안’
용인외고 면접은 개별 대기실에서 10분 동안 공통문항을 읽고 답변을 준비한 다음,
10~15분 동안 지원자 1명이 면접관 3명 앞에서 면접을 치른다. 질문유형은 공통문항과 개별문항으로 구성된다. 공통문항은 총 4개, 개별문항은
지원자별 2개 가량이다. 영어구사나 수학문제풀이를 요구하진 않는다.
▲ 내달 8일 2014 원서를 마감하는 용인외고(사진)의 면접기출문항은 다소 난이도가 높았다. 총 6개 질문에 15분 동안 응해야 했고, 질문의 수준도 상당했다. 관련해 최종우 용인외고 입학홍보부장은 “말 잘하는 능력으로 면접점수를 잘 받아선 곤란하다”며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을 측정하는 데 필요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진=유승현 기자 isphoto@veritasnews.kr |
2013학년 용인외고 국제과정 공통문항은 ‘한국을 10번째 방문한 외국인 친구에게 가장
소개하고 싶은 장소 한 곳을 선정하고, 그 곳을 선정한 배경과 소개할 내용’ ‘대륙이 이동하여 아메리카 대륙과 아시아 대륙이 하나로 합쳐졌다고
할 때, 우리나라와 관련해 어떤 변화가 있을지’ ‘(제시어: 국제, 벽, 단추, 가치) 제시어를 사용하되, ‘국제’를 주제로 하여 1분 동안
말하시오’ ‘한국사회의 ‘사회적 약자’를 아는 대로 말해보고, 이들 중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이며 그들에게 우리사회가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가 출제됐다.
인문과정 공통문항은 ‘우리 고유문화를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같이 세계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예를 들어’ ‘(제시어: 디지털 매체, 문화, 미래, 제시사진: 남녀가 한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각자 휴대전화에 몰두)
사진을 보고 제시어를 사용해 자신의 생각’ ‘용인외고 학생회 동아리 연합부장으로서 동아리실을 배정하려 할 때 몇 개의 동아리실을 어떻게 배정하는
것이 현실적 운영에 적합할지(본교 동아리수 200개)’ ‘기상이변, 지구온난화와 같은 전 지구적 환경문제를 인문/사회학적 차원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였다.
자연과정 공통문항은 ‘자연과정에서 인문사회과목을 배워야 할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입학
후 본인이 배우고 싶은 인문사회과목 두 과목을 선택하고 이유’ ‘현대중국을 이끌어온 리더들은 대개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이 특징인데, 이공계 출신
리더가 가진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본인이 중학교 수학교사라 가정하고, 중1 학생들에게 수학교과서의 첫 단원이 왜 ‘집합’인지 설명’
‘초등학교 때 시간에 대한 계산을 배우며 24시간 60분 60초 방식의 복잡함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한때 하루를 10시간,
1시간을 100분, 1분을 100초로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바꿨을 때의 장단점’이었다.
개별문항은 자개서-생기부-추천서에 기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학생마다 다르다. 과정별로
학교측이 공개한 2013학년 개별문항은 국제에선 ‘진로희망이 생물학자인데, 특별히 국제과정을 지원하게 된 동기와, 생물학을 해외대학에서 공부해야
할 필요성’, 이어 ‘생물학자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까지 무관심과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이, 인문에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인권변호사가 갖춰야 할 덕목’에 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지원자가 경영학과로 진로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며, 대학진학을
준비해야 하는 고등학교에서는 경영학과 지원을 위해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가, 자연에선 ‘미국에서 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예일대의 건물을
친환경적인 관점에서 평가’ ‘환경관련동아리봉사단에 활동했다고 했는데, 학교 내에서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법 두 가지’가 나왔다. 면접을
진로희망 활동내용 등 서류와 관련된 확증단계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공통문항에 개별문항까지 고민이 필요하고 많은 질문에 응하는 데 대한 부담과 관련해 최종우
용인외고 입학홍보부장은 “말 잘하는 능력으로 면접점수를 잘 받아선 곤란하다”며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을 측정하는 데 필요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말을 너무 못해도 문제다. 면접이기 때문이다. 최 부장은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좋은 점수는 힘들다”며
“전달력이 조금 안 되어서 매끄럽게 못하더라도 질문을 잘 파악해 전달하고, 갖고 있는 콘텐츠가 좋으면 나름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용인외고는 2011학년 전국단위 자사고로 전환하며 교육과정을 크게 세 분야로
나눴다. 용인외고의 교육특색으로 알려진 국제과정(이하 국제)이 그대로 남았고, 인문사회과정(이하 인문)과 자연과학과정(이하 자연)으로 구분된다.
2014학년엔 정원내 국제 70명, 인문사회 140명, 자연과학 140명의 인원을 선발한다. 설립배경상 전국과 지역(용인시)으로 선발단위가
구분된다. 정원의 70%인 245명을 전국단위로, 30%인 105명을 지역에서 선발한다.
‘가고 싶은 고교 선호도 1위’의 학교답게 경쟁률은 높다. 지난해의 경우 350명 모집에
1106명이 지원, 경쟁률 3.16대 1의 기록은 전국단위 자사고 1위에 올랐다.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 가까운 지리적 위치와
외고시절부터 쌓아온 실적과 명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분석된다.
모집단위별 과정별 모두 1단계에서 내신50점과 서류25점을 합산해 정원의 2배수를
2단계로 통과시키고, 2단계에선 1단계점수와 면접25점을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내신은 ‘상위 15% 이내’라면 도전해 볼만하다. 학교측에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2013학년 일반전형 입학생의 60%는 내신 상위 5% 이내이지만, 40%의 학생은 5~15%까지 분포한다. 수학과목은 내신에서 결정적이라는
사실도 염두에 두자. 2.25배의 가중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지정 5개과목은 물론 선택 2과목에도 수학이 포함되어 있고, 여기에 한 번 더
수학을 포함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2014 용인외고 원서접수기간은 11월4일부터 8일까지, 2단계 응시대상자 발표일은
20일이다. 면접은 22일부터 24일까지 치르며 최종합격자는 11월27일에 발표한다.
하나고 ‘자기개발계획서 확장 질문에 충실’
지난해까지 전문성/인성으로 나뉘던 하나고 면접은 올해 구분하지 않는다. ‘전문성’이라는
어휘가 주는 뉘앙스가 마치 교과이상을 보는 듯하기 때문이라는 게 학교측이 밝히는 배경이다. 하나고 면접은 자기개발계획서 항목 5개를 기준으로
진행하며 시간은 15분 내외로 학교측은 예상하고 있다.
▲ 내달 6일 2014 원서를 마감하는 하나고(사진)의 면접기출문항은 자기개발계획서에 기반한 확장질문이 대부분으로, 진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김성해 하나고 기획홍보실장(국어교사)은 “면접 15분은 생각보다 길다. 자신이 실제 쓰지 않았다면 엉뚱한 대답을 하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 드물지만 내신이 아무리 뛰어나도 불합격한다”고 밝혔다. /사진=최병준 기자 ept160@veritasnews.kr |
하나고는 총 6개의 면접문항을 제공했다. 모두 자기개발계획서에 기반한 개별질문이었다.
하나고 교육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한 지원자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을, 혼자 공부한 경험에 대한 팩트 확인을, 독서영역을 통해 어떤 내적 변화가
일어났는지 구체적 사례를, 기숙사생활에서 일어날 갈등상황에 대한 해결안을 물었다.
# 본교 프로그램 중에서 지원자가 가장 해 보고 싶다고 한
'과제연구'에 대해 묻겠습니다. 본인의 역량을 감안할 때, 어떤 주제로, 얼만큼의 질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 자기주도학습 경험으로 학원을 다니는 대신 영화를 보면서
혼자 영어공부를 한 내용을 적었습니다. 자기계발계획서에 적힌 애니메이션 영화를 몇 번 정도 반복해서 보았나요? 다른 학습법에 비해 이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 3년 동안 한 활동 중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소개하고, 그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말해 보세요.
# 본인이 제출한 독서 목록 가운데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의
내용을 소개하고, 책을 읽게 된 동기와 책을 읽고 난 후에 본인에게 일어난 변화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세요.
# 기숙사 생활 중 본인을 제외한 룸메이트들끼리 취침
시간, 아침 샤워순서 등을 놓고 자주 다툰다면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중재하겠습니까?
# 옆 침대를 쓰는 룸메이트 친구가 내 물건을 마음대로
쓰는 것 같은 흔적을 여러 번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대처하겠습니까?
김성해 하나고 기획홍보실장(국어교사)은 “면접 15분은 생각보다 길다. 자신이 실제 쓰지
않았다면 엉뚱한 대답을 하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 드물지만 내신이 아무리 뛰어나도 불합격한다”고 밝혔다. 또 “질문을 못 알아듣고 동문서답을
하는 경우, 설명해보라 했을 때 설명을 못하고 단답하는 경우, 추가 질문으로 기회를 더 주지만 계속 단답형으로 반응하거나 횡설수설하는 경우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달달 외워온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준비된 응답만 하는 경우인데, 물어보면 ‘떨릴까 봐 연습했다’ 하지만
진정성 측면에서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면접도 시험이니 어느 정도 준비할 필요가 있지만 예상질문에는 빠른 속도로 냉큼 대답해놓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는 머뭇거리는 경우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공동체생활에 결격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내신과 서류점수가 아무리 좋아도
불합격한다.”
한편 하나고는 2014학년에도 정원내 200명(8개학급, 학급당 25명)을 모집한다.
서울모집 일반전형으로 120명, 서울 사회통합전형으로 40명, 전국모집 하나고임직원전형으로 40명이다. 하나금융그룹이 모기업인데도 여타 대기업
자사고와 달리 임직원자녀 모집인원이 특히 적다. 특히 포스코의 광양제철고가 정원의 70%인 296명을, 포항제철고가 60%인 273명을
임직원자녀에 한해 선발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경쟁률은 개교 첫해인 2010학년 7.38대 1로 파란을 일으킨 후 매년 주춤세다.
2011학년 3.53대 1, 2012학년 3.27대 1에 이어 2013학년엔 2.56대 1로 하향추세. 첫해 큰 관심이 경쟁률에 반영되었다가,
이후 하나고 위상이 알려지며 소신지원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형은 전국단위 자사고로서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한다. 1단계에서 교과성적(50점)
교과외성적(10점) 서류평가(20점)를 통해 2단계 면접대상자가 정해지고, 2단계에서 면접평가(20점)와 체력검사(pass/fail)를 통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한다. 대표서류인 자기개발계획서(이하 자개서)의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의 교과/교과외, 면접에까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김 실장은 “합격자 대부분 학교산출 기준 내신 상위 4% 이내라 5% 이내로 관리할
필요는 있지만, 최상위권이 아닌 바에야 지원자간 편차가 적어 서류와 면접에서 변별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10% 정도의 학생도 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을 정도”라며 “합격자 200명 가운데 25~30명 가량은 면접에서 뒤집은 학생들”이라고도 덧붙였다.
하나고 원서접수 및 서류제출 기간은 11월4일부터 6일까지, 면접대상자 발표는 18일,
면접 및 체력검사는 22일부터 23일까지다. 합격자는 11월29일에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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